한 사람이 떠난 뒤, 그가 살아온 시간이 글로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시의 건축들 사이, 우리가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미세하게 빛나는 순간들.
두 사람의 인연에는 처음부터 ‘건축’이 있었다. 마치 영화 [건축학개론]의 현실판처럼, 건축학을 공부한 지현과 영창은 건축사무소에서 만나 사랑을 시작했고 부부가 되었다. 함께 살아가며 소소한 추억을 쌓아온 두 사람. 그러나 2025년 봄, 지현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아내가 떠난 뒤 영창은 지현이 남긴 노트들을 펼쳐보았다. 그 안에는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지현의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글을 읽으며 오래 함께 살아온 사람을 다시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곳에서는 자신이 알고 있던 아내와 미처 알지 못했던 지현이 문장 사이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젊은 날의 지현, 사랑에 빠졌던 지현, 낯선 곳으로 떠나기를 좋아했던 지현. 서로 다른 시간 속의 지현이 문장마다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 문장들 끝에서 남편 영창은 팬을 들고 다시 아내와 다시 대화를 시작한다.
그렇게 『반짝거림에 관한 것들』이 만들어졌다. 그것들은 처음부터 책이 되기 위해 쓰인 문장들은 아니지만, 그 안에는 다채로운 사유가 있고 무심히 지나칠 법한 순간에서 매력을 포착해 내는 힘이 있었다. 지현은 낯선 도시의 풍경을 오래 바라보고, 윤슬 같던 음악과 그림을 기억하고, 아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와 오후의 햇살 속에서도 은은한 향기를 발견해낸다. 젊은 날 혼자 떠났던 여행, 일과 사랑 사이에서 흔들리던 마음, 무심한 듯 흘리는 대화, 처음 가본 도시의 골목, 노트에 빼곡이 적은 음악과 그림들까지. 그녀의 문장 속에서 모든 소소한 것들은 은은한 빛으로 되살아난다.
『반짝거림에 관한 것들』은 누군가를 떠나보낸 슬픔에 대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해서 지나쳤던 것들이 어느 날 문득 반짝이기 시작할 때, 비로소 그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조용히 속삭여주는 목소리에 가깝다. 지현이 남긴 글 속에서 우리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우리 삶의 반짝임을 다시 바라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