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방의 고단한 열기 속에서 건져 올려낸 역사의 숨결
? 완안아골타의 등장과 고려 9성 반환의 재조명 (권5) ?
한국의 가혹했던 더위를 피해 태국 장모님 댁에 보금자리를 틀었으나, 이 남방의 오지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또 다른 치열한 사투다. 밤낮없이 덤벼드는 모기떼와의 전쟁으로 온몸은 벌집처럼 쏘여 지칠 대로 지쳤고, 집요한 가려움은 2차 피부 트러블을 야기하며 일상의 평온을 앗아간다. 한낮의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는 노곤함과 졸음을 강요하지만, 흐트러지는 생각의 끈을 다잡고자 하루에도 서너 번씩 미지건한 물로 몸을 씻어내야만 했다. 낯선 비린내와 익숙해지지 않는 고수향은 타국 생활의 고단함을 더했고, 전기요금 부담에 마음 편히 에어컨조차 켜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이 지속되었다.
지금 시각은 새벽 두 시 사십 분. 어둠이 짙게 깔린 태국의 밤, 방 안을 밝히는 것은 오직 태블릿 PC에서 흘러나오는 푸르스름한 불빛뿐이다. 낮 동안에는 혀를 길게 늘어뜨린 채 그늘 밑에서 숨을 헐떡이던 동네 개들이 밤이 되면 마치 제세상을 만난 듯 온 동네가 떠나가라 짖어대고 지나가는 사람마저 위협한다. 불심 깊은 현지인들의 너그러움 덕에 목숨을 유지하는 저 미물들의 사나운 울음소리마저 밤의 정적을 깨뜨리는 이때, 나는 오직 역사 속 인물들과 독대하고 있다. 마치 방안의 뚝게가 한때 나도 이곳을 점령하고 살았노라고 자신의 존재 흔적을 남기고 사라지는 것처럼.
이번 책5권의 핵심은 마침내 역사적 무대의 전면에 등장하는 완안아골타(完顔阿骨打)의 서사이다. 오아속의 10년 세월을 숨 가쁘게 지나온 아골타는 어느덧 46세라는 나이에 접어들며 노련한 장수의 반열에 올랐다. 본서에서는 이 시기의 역사적 사실에 대해 두 가지 핵심적인 학술적 검토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온 '공험진(公險鎭)의 위치 비정' 문제에 관한 것이다. 기존 학계에서 정설로 인정받지 못하고 배척당하던 제3의 학설에 대해, 본주는 '해상수송'이라는 정밀한 군사·물류적 가설을 입증·도입하여 제3학설의 당위성을 새롭게 채택해 내었다.
둘째, 고려의 '9성 반환' 과정에 대한 고찰이다. 오아속이 추진한 9성 반환 전략회의의 치밀함, 그리고 완안살개(完顔撒改)가 보여준 처절한 저자세 외교의 파격, 나아가 발해 유민 세력과의 긴밀한 연관관계를 입체적으로 끌어내었다. 이는 단순히 국경 분쟁의 역사에 머물지 않고, 역내 세력들의 고도의 정치적 계산과 외교적 투쟁을 보여주는 풍성한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육체적 고통과 환경적 한계가 짓눌러올수록, 잠자는 시간마저 아껴가며 다음 원고를 집필해 나가는 것만이 내가 생생히 살아 숨 쉬는 길임을 깨닫는다. 기다려주시는 독자 여러분과의 약속이야말로 이 가혹한 남방의 밤을 견디게 하는 유일한 동력이다. 한층 더 날카롭고 깊어진 시선으로 완성된 역사의 기록들이 독자 여러분의 가슴에 깊은 울림으로 닿기를 소망합니다.
히스토리인사이트 유작가 (통혜) 2026년 8월 18일.
태국의 깊은 밤, 태블릿 불빛 아래에서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