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첨단산업은 어떻게 만들어졌나”…『리엔지니어링 차이나』 출간
반도체·AI·로봇·조선·방산·배터리·5G로 읽는 중국 산업정책과 미중 전략경쟁
산업정책에서 경제안보까지…중국을 움직이는 국가·시장·기술의 메커니즘 분석
딥시크,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5G, 조선, 휴머노이드 로봇. 최근 세계 첨단산업의 중심에는 빠짐없이 중국이 등장한다. 한때 선진국의 기술을 빠르게 추격하는 국가로 인식됐던 중국은 이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기술표준을 선점하며 미국과 첨단산업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국가로 부상했다.
그러나 중국 기업의 성장과 새로운 기술의 등장에 비해, 중국이 어떻게 첨단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왔는지, 그리고 이러한 산업정책이 왜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으로 부상했는지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리엔지니어링 차이나: 중국산업정책과 미중전략경쟁』은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기획됐다. 중국 경제의 성장이나 개별 기업·산업의 성공을 설명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성장을 만들어낸 ‘산업정책의 작동 방식’과 이것이 미중 전략경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 것이 특징이다. 반도체·AI·피지컬AI·조선·방위산업·배터리·5G 등 서로 다른 산업을 관통하며,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자본과 기술, 기업과 시장을 움직여 첨단산업을 육성하고 이를 국가전략과 연결하고 있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경사연북스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중국 정치경제·산업정책·국제정치·경제안보 분야 연구자 11명의 연구를 엮은 『리엔지니어링 차이나』를 출간했다.
『리엔지니어링 차이나』는 이승주 중앙대학교 교수, 김용신 인하대학교 교수, 신지선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원 선임연구원, 이용재 경상국립대학교 조교수, 정해인 세종대학교 초빙교수, 조은교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증명 고려대학교 조교수, 차정미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최필수 세종대학교 교수,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세계경제분석실장, 우아정 중앙대학교 박사과정 등 중국 정치경제·산업정책·국제정치·경제안보 분야 연구자 11명이 참여했다.
이 책은 중국 첨단산업의 성장을 단순히 막대한 정부 지원의 결과로만 보지 않는다. 정부가 미래 산업의 방향을 정하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동시에, 수많은 기업을 경쟁시키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온 과정에 주목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국유기업과 민간기업, 대학과 연구기관, 거대한 내수시장이 맞물려 움직이는 중국만의 산업 육성 방식이 오늘날 첨단산업의 경쟁력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살펴본다.
책은 중국 산업정책을 ‘작동 메커니즘-첨단산업의 변화-대외적 확장’이라는 세 층위에서 추적한다.
제1부 「중국 산업정책의 메커니즘」에서는 상장기업 보조금과 산업경쟁력, 반도체 빅펀드와 정부인도기금, 수소에너지 산업을 둘러싼 지방정부 간 경쟁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가 전략산업에 필요한 자본을 어떻게 동원하고, 중앙정부의 정책 목표와 지방정부·기업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연결하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반도체 빅펀드 사례는 국가가 직접 모든 투자를 결정하기보다 시장의 금융 메커니즘을 활용해 전략산업에 대규모 자본을 동원하는 중국 산업정책의 변화를 보여준다.
제2부 「중국 산업정책의 지속과 변화」에서는 미중 전략경쟁의 핵심으로 부상한 조선·AI·피지컬AI·방위산업을 다룬다. 조선산업에서는 구조조정과 대형화를 넘어 친환경·스마트 기술과 국제표준을 선점하려는 중국의 전략 변화를 추적하고, AI 분야에서는 베이징·상하이·선전의 사례를 통해 중앙의 통제와 지방의 정책 실험이 결합되는 ‘통제된 분권화’를 분석한다. 피지컬AI에서는 미중 양국의 특허와 혁신체제를 비교해 향후 경쟁이 기술개발을 넘어 산업현장의 표준과 운영 방식을 둘러싼 경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방위산업에서는 경제발전과 국가안보를 결합해온 중국의 ‘발전-안보 통합’ 전략을 살펴본다.
제3부 「중국 산업정책의 대외적 차원」은 분석의 범위를 중국 밖으로 확장한다. 미중 전략경쟁과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중 배터리 산업의 협력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중국의 통신 분야 대외원조가 화웨이 5G의 해외 확산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중국의 산업정책이 국내 산업 육성을 넘어 공급망, 해외시장, 국제협력과 경제안보를 포괄하는 전략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의 산업정책은 대규모 지원과 시장 경쟁을 통해 첨단산업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공급과잉과 수익성 저하, 지방정부의 과잉경쟁과 중복투자라는 한계도 드러내고 있다. ‘리엔지니어링 차이나(Reengineering China)’는 이러한 성과와 한계 속에서 기술혁명과 미중 경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국가와 시장, 산업과 안보의 관계를 다시 설계하는 중국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중국 내부에 그치지 않고 반도체·AI·로봇·배터리·조선 등 첨단산업의 주도권 경쟁을 통해 한국의 산업과 공급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리엔지니어링 차이나』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개별 산업과 기업에 관한 뉴스로 흩어져 있던 중국의 모습을 하나의 구조로 연결한다. 중국은 어떻게 첨단산업을 만들어내고 있는가. 그리고 산업정책은 어떻게 미중 전략경쟁과 연결되어 세계 산업질서를 변화시키고 있는가.
미중 전략경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제 외교와 군사뿐 아니라 기술과 산업, 자본과 공급망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이 제시하는 새로운 중국 읽기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