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 선생 시문 정선
『남명 선생 시문 정선』에서는 남명정신의 골자가 들어있는 시문을 가려 뽑아,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번역하고 해설을 덧붙였다. 생전 남명 선생이 남긴 시문은 많지 않은데, 형식이 아름다운 글을 짓고 감상하는 일에 지나치게 마음을 빼앗겨 기교를 닦는 데 몰두하다 보면 학문의 핵심을 잊어버리게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퇴계 선생이 2천 수 이상의 시를 남긴 것에 비하면 남명 선생이 남긴 시는 그의 10 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역설적이게도, 남명 선생의 시문에는 남명 사상의 정수가 담겨있다. 그의 시에는 문학적 기교나 풍류가 두드러지기보다는 선생이 평생동안 지향했던 바가 농축되어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경치를 묘사하는 대목에서조차도 자연에 대한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자연물을 통해 어떻게 스스로의 마음과 삶의 태도를 다잡고 있는가가 드러난다. 남명에게 산수는 단지 눈으로 즐기고 감상하는 ‘대상(物)’ 이상으로, 자기 자신을 비추어보는 거울과도 같았기 때문이다.
또한 남명 선생의 글은 어렵다. 그것은 고문(古文)을 좋아하여 기고(奇古)함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남명 선생에 대해 논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경의(敬義)’ 또는 ‘실천’을 말하지만, 이 두 키워드 모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경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자(程子)에서 주자(朱子)로 이어지는 송대 도학(道學)의 정신을 알아야 한다. 또 ‘실천’이라는 어휘도 『대학』 팔조목의 지(知)·행(行)·추행(推行) 속에서 이해해야 하고, 성리학의 치지(致知)·존양성찰(存養省察)·극기(克己) 속에서 이해해야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대중이 남명 선생의 시문을 접할 수 있는 경로는 많지 않다. 남명 사상이나 생애를 다룬 연구집이나 책이 이미 여럿 출간되었으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쉽게 풀이된 책은 지금까지 없었다. 남명사상을 대중화하기 위해서는 남명정신의 골자가 들어 있는 시문을 가려 뽑아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번역하고 해설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과 필요성에 의해 만들었다.
이 책은 일반인이 남명 선생의 시문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무엇보다 초점을 맞추었다. 책에는 남명을 오랫동안 연구한 저자들이 신중하게 정선한 시문의 번역문과 원문을 함께 수록하고, 그 뒤에 ‘해설’을 붙여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산문의 경우 전문을 모두 수록하지 않고, 남명정신을 특히 드러내는 부분을 발췌하여 수록하였다. 아무쪼록 이 책이 남명 선생의 학문과 정신을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