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적 신분 사회였던 조선은 사대교린(事大交隣)의 외교 원칙에 따라 공적인 조공무역을 제외하고는 개별 사무역을 금지하거나 제한했다. 중국과의 조공무역이 아닌 공식적인 조선의 대외무역은 대일 왜관무역이었다. 이 책은 상평통보가 주전되어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1680년부터 조선이 일제 식민지가 되는 1910년까지 조선의 대일 무역 사례를 통해 그것이 가져온 경제적 효과와 충격을 실증적으로 살펴본다.
제1부 ‘은의 이동과 조선 무역’에서는 1684년부터 1865년까지 조선의 대일 무역과 그 경제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특히 조선의 대외무역, 은의 이동, 동전과 은의 교환 비율인 은전비가(銀錢比價) 변동, 조선의 물가 정책, 일본 동의 이동과 화폐 승수(money multiplier)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제2부 ‘금의 이동과 제국 효과’에서는 1876년 개항 이후 근대조선의 대외무역과 일본 제국의 식민지 수탈 과정을 설명한다. 또 근대조선의 무역과 금의 이동, 제국주의 화폐 전쟁, 일본 화폐 유통, 일본 화폐와 한전의 환율인 한전비가 변동, 금본위제에서의 화폐와 제국 효과 등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 본다. 마지막으로 1910년 일본 제국의 식민지가 될 때까지 330년 동안 폐쇄와 개방의 경계에서 조선이 겪었던 경제적 사건을 통해 미래 한국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필자는 지금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의 대외무역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할 뿐 아니라, 무역 활동을 거울처럼 반영하는 무역 결제 수단으로서 은과 금의 이동을 추적하고, 이들 정화(正貨)의 이동이 조선 경제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17~19세기 금과 은의 이동이 농업경제 사회였던 조선의 경제적 패러다임을 바꾸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입증하였다. 따라서 이 책은 한국 경제사에서 소외되었던 대외무역과 국제금융의 영역을 새롭게 추가해서 조망하였다는 데 학문적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