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 접은 종이비행기는
전하고 싶었던 소년의 마음
고요한 세상에 사는 ‘듣지 못하는 소녀’가 있습니다. 그 소녀를 혼자서 좋아하는 소년이 소녀를 위해 소리를 접습니다. 삐뚤빼뚤 접힌 종이비행기는 소년의 마음만큼 서툽니다. 하지만 종이비행기는 소녀에게 전하고 싶은 소년의 말입니다. 네가 어느 곳에 있어도 항상 지켜보고 있다고, 네가 안전하길 바란다고, 나는 너를 좋아하고 있다고... 소년은 자신의 마음을 담아 종이비행기를 접고 또 접습니다. 꼭꼭 접힌 소년의 고백이 소녀에게 들리길 바라며 하늘 높이 종이비행기를 날려 보냅니다.
이 책은 소년이 소녀에게 바치는 세레나데입니다. 소녀 곁에는 늘 주위를 맴도는 종이비행기가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걸거나 함께 놀고, 함께 웃진 못 해도 멀리서나마 전하고 싶은 소년의 마음입니다. 안타까운 소년의 진심은, 소년이 사라진 다음에야 소녀에게 제대로 가닿습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이 소년만큼 좋아해 본 적이 있었는지 묻게 됩니다. 자신을 다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랑을 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그림책을 통해 사랑의 본질과 여러 형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사랑하는 상대를 위해 자신을 아낌없이 던질 수 있는 사랑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이런 희생적인 사랑은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친구들에 대한 사랑, 절대자를 향한 사랑 등 수많은 사랑의 형태로 우리 속에 내재되어 있다고 믿게 합니다. 이 글자 없는 그림책은 오랫동안 ‘사일런트 그림책(Silent picture book)’만 그려온 조아라 작가의 세 번째 작품입니다. 담백하게 정제된 그림 속에서 많은 소리들이 들리는 듯합니다. 운동장에 뛰어노는 아이들 목소리,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 소녀를 놀리는 친구들 소리, 소녀의 이름을 외쳐 부르는 소년의 목소리, 무섭게 달려오는 기차 소리 등등. 단 한 글자도 없지만 오직 그림만으로 많은 생각과 질문을 던져 주는 묵직한 그림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