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청춘의 영광
어긋난 네 사람의 1913년 여름
템플 베일리 | The Glory of Youth (1913)
1913년 봄, 미국 뉴잉글랜드의 낡은 항구 마을. 어머니를 막 잃은 열여덟 살 베티나는 낡은 트렁크에 짐을 싸고 있다. 폭풍우 치는 그날 저녁, 오랫동안 그를 돌봐온 마흔 살의 외과의사 앤서니가 계단을 올라와 청혼한다. 그리고 열흘 뒤, 앤서니가 평생 사랑해온 여자 다이애나가 파혼하고 유럽에서 돌아온다.
이렇게 시작된 어긋남에 스물여섯 살 비행사 저스틴이 더해지면서, 네 사람은 저마다 옳으려고 애쓰다 서로를 다치게 한다. 다이애나는 손을 뻗으면 닿는 순간에 손을 편다. 앤서니는 명예롭기 위해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결혼하려 하고, 나중에야 그것이야말로 명예롭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베티나는 아버지처럼 되지 않으려다 자기 마음을 배반할 뻔한다. 저스틴은 친구의 약혼자를 "밤중의 도둑처럼" 훔칠 수 없다며 물러선다.
이 소설에는 악인이 없다. 동력은 악의가 아니라 과잉된 선의다. 제목은 『청춘의 영광』이지만 무게중심은 청춘이 아니라 청춘을 잃어가는 쪽에 있다. 서른다섯의 미망인, 서른을 넘긴 여자, 마흔의 남자, 그리고 평생 예뻐본 적 없는 노처녀 교사. 1913년의 대중소설이 이들에게 배분한 지면과 존엄은 그 자체로 눈여겨볼 만하다.
'낭만 소설의 여왕'이라 불리며 20세기 초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읽힌 작가 템플 베일리(1869~1953)의 초기 장편.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으로부터 십 년, 유럽에서 전쟁이 터지기 한 해 전, 마지막으로 낙관이 허용되던 짧은 시기의 공기가 그대로 담겨 있다.
이 책에는 요양원의 작업치료, 수상비행기, 상복과 샤프롱 관습, 등대의 점멸 신호 등 오늘의 독자에게 낯선 세계를 풀어주는 각주 60개와, 시대적 배경 해설 및 작품 해설을 함께 실었다. 인종 편견과 우생학적 발언 같은 불편한 대목도 완화하거나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옮기되, 그 맥락과 한계를 밝혔다.
본문 중에서
"딱 한순간만," 그가 말했다. "진실을 말하자. 내가 베티한테 청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나와 결혼했겠지, 다이애나?"
"그래."
"명예롭게 나를 풀어낼 방법이 있다면, 지금 나와 결혼하겠어?"
낡은 검은 옷을 입은 가녀리고 외로운 아이가 그늘진 방에서 처음 눈에 들어오던 광경이 떠올랐다.
"아니, 안 돼." 그가 속삭였다.
"왜?"
"명예로운 방법이 없으니까. 그렇게 하면 내가 작고 비열하게 느껴질 테니까. 그렇게 하면 당신을 덜 좋아하게 될 테니까, 앤서니."
그 눈이 흔들림 없이 그녀의 눈을 마주했다. 주위를 떠도는 유령 같은 라일락만큼이나 창백했다. 그러나 신경을 갉던 두려움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그는 알았다. 자기와 앤서니는 이겨낼 것이고, 이 높은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으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