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선선한 가을이 오고 한결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계절입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삼복더위에 사람을 볶아 죽일 듯하더니, 이제는 완연한 가을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뜰 뒤 감나무에서는 하나둘 홍시를 내어주고 있고, 이빨 빠진 이 내 몸은 아침저녁으로 감나무를 둘러보는 게 하나의 즐거움이 되어 버렸습니다.
9월이 되어 남은 학기의 수업을 병행하며 틈틈이 원고의 퇴고 작업을 합니다. 지난 8월의 뜨거운 여름날, 태국에서의 사전 작업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으며, 지금도 장모님과 집사람을 생각하면 고마움이 울컥 솟아오릅니다. 막둥이 태한이가 볼거리를 앓고 있다고 하니 괜히 마음이 아파옵니다.
책의 내용으로 들어가자면, 중국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인 역사의 한 장면으로 자타가 공인하듯 ‘정강의 변’을 꼽는 데는 주저함이 없을 것입니다. 이는 여타의 치욕과 비교하더라도 이후 황제들의 삶이 너무나도 비참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7권에서는 『검은물의 뿌리』에서 가장 큰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북송의 멸망을 다루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명장면들이 많았지만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이라고 하겠습니다.
만주에서 일어난 많은 여진의 영웅들. 태조 완안아골타의 시대가 지나고 그의 아들들 중 완안종필(올출)의 시대가 저물어 감에 따라, 드디어 정복 전쟁을 통한 영웅의 시대도 막을 내려갑니다. 이후 완안단(금 희종)의 광기 어린 시대가 지나고 올출의 죽음으로 최후의 방어막마저 사라진 완안단에게는 더 이상 옥좌를 지켜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한편, 남송 시대 천하 제일검이라면 단연 악비를 꼽는 것에 주저함이 없을 것입니다. 악비에 대한 이야기는 중국 사람들에게 워낙 많이 알려져 있고, 조금이라도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악비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의외로 이번 책에서는 악비의 분량이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는 본서가 여진족을 주인공으로 삼아 여진 완안부의 흥망사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또한 한세충에 대한 비중 역시 악비 못지않게 비중 있게 다루며, 잊혔던 영웅을 소환하여 말년 청량거사로서의 삶을 재조명하기도 하였습니다.
『삼국지연의』 모종강 비평본 서두에 나오는 명대 양신(楊?)의 시 〈임강선(臨江仙)〉을 연상시키는 시 한 구절을 이번 7권 청량거사 부분에 배치함으로써, 영웅들의 덧없는 삶을 반추해 보고자 하였습니다.
〈임강선(臨江仙)〉
滾滾長江東逝水 (꿈실꿈실 동쪽으로 흘러가는 장강 물결)
浪花淘盡英雄 (하얀 물보라 속에 영웅호걸 모두 쓸려갔네)
是非成敗轉頭空 (시비와 성패도 고개 한번 돌리니 한갓 헛것이로다)
靑山依舊在 (푸른 산은 예전 그대로 그 자리에 있는데)
幾度夕陽紅 (저녁 노을은 몇 번이나 붉었다 사라졌던가)
白髮漁樵江渚上 (강가에서 백발이 된 어부와 나무꾼은)
慣看秋月春風 (가을 달 봄바람을 그저 예사로이 바라볼 뿐)
一壺濁酒喜相逢 (탁주 한 병 들고 반갑게 마주 앉아)
古今多少事 (예나 지금이나 일어난 수많은 일들을)
都付笑談中 (모두 그저 웃음거리 대화 속에 흘려보내네)
8권에서는 해릉왕의 반란을 시작으로 희종의 시대도 막을 내리고, 드디어 연경으로 천도함으로써 현재까지 중국의 수도로 기능하고 있는 연경 시대의 막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또한 해릉왕은 남송 정벌전을 감행함으로써 새로운 전운의 시작을 알립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기대합니다.
2026년 8월에 초안을 쓰고, 2026년 9월 17일 18시 10분에 퇴고를 마치다. 진영 히스토리움에서, Writer YOU (통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