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에게 이승만 정권과 박정희 정권은 어떤 의미인가
지난 60여 년의 한국 현대사에서 이 책이 주로 살펴본 시기는 1945년 해방부터 1972년 유신체제가 성립할 때까지의 30여 년으로, 이 시기는 국가건설과 산업화, 즉 건국과 부국의 시기라 할 수 있다. 수정주의자들 및 '386세대'와 다른 역사해석을 선보이는 저자는 미시적, 일국적, 도덕적인 시각에 사로잡히지 않고 좀 더 거시적이고 비교사적 시각에서 한국 현대사를 바라보고 있다.
분단과정을 냉전의 세계사적 전개라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이어 농지개혁과 한국전쟁을 국가형성 및 국민형성의 관점에서 분석한 저자는 1950년대를 1960년대 이후의 발전과 역동성을 준비하는 맹아의 시기로 자리매김하며, 발전국가의 형성과 발전이라는 시각에서 장면 정권의 단명과 박정희 정권하의 급속한 경제발전을 재조명한다.
현대한국사 중 ‘해방 후부터 박정희 유신 시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정치학자였던 저자는 사학자 이상의 노력으로 1차 자료를 수집하고 꼼꼼히 검토하여, 1970년 후반까지의 대한민국 정치사를 비교사적 시각에서 분석하고 있다. 그러한 분석에 바탕을 둔 그의 해석이 갖는 객관성은 이념적 성향을 떠나 좌우 모든 학자들을 수긍케 한다.
이 책은 현대한국사에 내포되어 있는 일반성과 특수성으로 인해 많은 학술연구가 보여주었던 오류들을 교정하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학자들은 좌나 우나 해방 후 현대한국의 특수한 경험과 일반적 현상을 선택적이고도 자의적으로 짜깁기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시키는 데 교묘히 활용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 책은 그 같은 한계를 넘어서 세계사적 일반성은 씨줄로, 민족사적 특수성은 날줄로 삼은 정교한 분석틀을 마련하여 현대사를 객관적으로 해석했다.
그의 발전국가 모델을 통해 한국의 현대사를 바라보면 이승만 정부는 발전국가의 씨앗을 심고, 박정희 정부는 그것을 완성시켰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것이 바로 책 제목인 ‘건국과 부국’이다. 그렇다면 이승만과 박정희 시대는 1인 독재자의 파국의 시대이기는 커녕 오늘날 세계에 유례없이 발전한 한국의 맹아가 생겨나고, 완성된 시대인 것이다.
이와 같은 민주주의와 경제의 병행발전은 영국적 전형이 아니라 영국적 예외라고 주장함으로써 그는 새로운 비교사적 관점을 제시하였다. 즉, 민주주의가 경제발전을 이끄는 영국식 모델은 보편적인 경제발전 모델이 아니며, 오히려 경제발전이 민주주의를 낳는 것이 보편적인 흐름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주주의의 방법론적 유보는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그는 또한 이승만 정부의 농지개혁이 6.25 전쟁 이전에 완료되어 남한이 공산화되지 않을 수 있었다는 학설을 처음으로 설파한 학자로도 유명하다.
이승만 정부에서 분단, 한국전쟁의 혼란, 무리한 권력 연장 시도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찾기에 급급했던 좌파 이론에 대항하여 그는 자유주의 체제를 선택하고 발전국가의 물적 토대를 쌓았다는 긍정적 이미지를 발굴하였다.
특히 부산정치파동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위한 이승만의 절차적 정당성 훼손으로 보는 좌파의 시각 대신, 내각제 대(對) 대통령제의 체제 선택의 문제가 해결됨으로써 실질적 합리성이 실현된 것으로 보는 그의 해석은 매우 파격적이었다. 부산 정치파동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그 후 논자들의 주장은 모두 김일영에게 빚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