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는 추방당한 뒤에 길을 잃었다. 우리는 아무 데서도 추방당하지 않았는데 길을 잃는다.
지도 앱은 집까지의 경로를 초 단위로 알려주고, AI는 모든 질문에 3초 안에 답하고, 알고리즘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우리보다 먼저 안다. 길을 잃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진 시대에 ? “요즘 어때?”라는 질문에 0.5초 늦게 나오는 “바빠”, 회식 자리의 침묵, 엘리베이터에서 일제히 숙여지는 고개들이 말해주는 진실은 정반대다. 우리는 역사상 가장 자주, 가장 조용히 길을 잃고 있다.
이 작품은 하나의 질문에서 시작한다. 인간은 언제 길을 잃는가. 그리고 하나의 질문으로 끝난다. 인간은 무엇으로 다시 길을 찾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