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이 노래한다.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지만, 소행성 스칼-9에서 태어난 자들은 안다. 배꼽에서 새어나오는 형광 청록빛이 바람 없는 진공 속에서도 흔들리는 것처럼 보일 때, 귀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울린다는 것을.
화물 브로커 카이-에스는 매일 그 균열 앞을 지난다. 사람들은 균열이 차갑다고 말한다. 그에게만은 따뜻하다. 그의 혈관을 흐르는 빛이 균열과 같은 색이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는 그 자신도 모른다.
낡은 케이스 하나가 손에 들어온 날부터 모든 것이 달라진다. 열리지 않는 그 상자는 그의 피와 같은 색으로 맥동하고, 표면의 문양은 균열에 새겨진 언어와 닮아 있다. 그리고 세 개의 세력이 그를 쫓기 시작한다. 우주의 질서를 관리하는 벨크 집정단, 이름을 거두어 사고파는 사냥꾼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
그를 감시하러 온 벨크 요원 세라-운에게 내려온 명령은 둘 중 하나였다. 이송하거나, 처리하거나. 십이 년의 훈련이 가르친 선택지는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세 번째를 고른다.
이 우주에서 이름은 존재의 방식이다. 이름을 잃은 신은 형태를 잃고, 형태를 잃은 것은 결국 흐려지다 사라진다. 그래서 누군가는 잃어버린 이름의 조각을 모으고, 누군가는 그것을 판다. 아주 오래전부터, 아주 조용히.
이름을 잃어버린 자들의 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 우주를 무대로 한 다크 판타지 대서사시 《이름 없는 마지막》 제1권.
― 제2권 『심연이 부른다』로 이어집니다.
"모든 균열은 차가워. 너만 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