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를 냅니다. 접수를 받습니다. 정산도 해야 합니다. 그 사이에 "심사위원 5명"이 툭 떨어집니다.
그런데 이 일을 가르쳐 주는 곳이 없습니다. 사업계획서 쓰는 법도, 정산하는 법도, 보고서 쓰는 법도 교육이 있는데 섭외는 없습니다. 다들 옆자리 선배에게 배우거나, 깨지면서 배웁니다.
이 책은 그 15년을 순서대로 풀어 둔 실무 지침서입니다.
저는 프로그램 300개를 직접 운영하면서 3,000명 가까운 전문가를 섭외했습니다. 심사위원과 평가위원으로, 강사로, 멘토로 모셨고, 저 자신도 심사위원과 강사로 불려 다녔습니다. 양쪽을 다 해 봤다는 것이 이 책의 유일한 자격입니다.
책에 실린 장면은 거의 다 제가 틀렸거나, 예상 못 한 일이 터졌거나, 누군가 불편해진 날들입니다. 점심을 못 드시고 네 시간 평가하신 위원님께 사과하면서 배웠고, 위원 한 분이 못 오신 날 전화기를 붙들고 배웠고, 서류를 다 받아 놓고 금액을 나중에 말씀드렸다가 그분을 영영 잃고 배웠습니다.
이 책이 답하는 질문은 이런 것들입니다.
기관 명단에 이번 사업에 맞는 사람이 없을 때 어디서 찾는가.
심사위원 5명이 필요하면 후보는 몇 명을 확보해야 하는가.
첫 문자에 금액을 써도 되는가.
메일을 보냈는데 며칠째 답이 없으면 무엇을 바꾸는가.
이력서가 다 화려할 때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빼는가.
위원이 평가 대상 기업과 아는 사이라고 하면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하는가.
확정 안내에 무엇까지 적어야 당일 문의 전화가 없어지는가.
당일 아침에 못 온다는 연락을 받으면 무엇부터 하는가.
교수님이 산학협력단으로 입금해 달라고 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위원마다 점수가 20점씩 벌어졌을 때 담당자는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다음 사업이 쉬워지게 하려면 오늘 무엇을 남겨야 하는가.
심사위원과 평가위원은 뭐가 다른지, 명사와 연사와 강사와 좌장은 각각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간사와 서기와 참관인은 점수에 개입하는지, 제척과 기피와 회피는 누가 빼는 것인지 같은 용어 정리도 따로 한 부를 두었습니다. 행사 현장을 돌리는 운영 스탭 구성과 멘토를 고르는 기준도 넣었습니다.
이 책은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옆에 두고 쓰는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대로 복사해서 쓰는 문안 12종을 넣었습니다. 소개 부탁, 첫 이메일, 답이 없을 때, 보류 이후, 거절 답장, 확정 안내, 자료 발송, 당일 긴급 대체, 끝난 뒤 인사, 지급이 늦어질 때까지 실제로 보낼 문장을 그대로 옮겼습니다.
일이 터졌을 때 30초 안에 읽는 응급 대응 카드 10장을 넣었습니다. 당일 불참, 이해관계, 점수 편차, 과락, 단체 메일 사고, 언쟁 발생까지 상황별로 무엇부터 하는지 순서만 적혀 있습니다.
D-60에서 D+7까지 섭외 캘린더, 전문가 풀 엑셀의 열 구성, 위촉 안내에 들어가야 하는 항목, 이해관계 확인서 4문항, 기타소득과 사업소득 원천징수 정리, 외부강의 사례금 상한, 사업 유형별로 달라지는 것, 자주 오는 말에 어떻게 답하는지 정리한 응답집 20개, 그리고 상황으로 찾아가는 찾아보기까지 넣었습니다.
다만 이 책은 정답을 주지 않습니다. 기관마다 규정이 다르고 사업마다 지침이 다릅니다. 제가 어느 기관에서 하던 방식이 그쪽에서는 규정 위반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이렇게 하십시오"보다 "이건 확인하고 가십시오"를 훨씬 많이 씁니다. 회계와 계약, 개인정보와 법령이 걸리는 자리는 매번 표시해 두었습니다.
세무 대리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소득 구분과 원천징수, 비목 적용, 평가 절차와 점수 산출은 모두 소속 기관의 규정과 관련 법령이 정합니다. 근거가 필요한 자리에는 원문을 대조해 적었지만, 적용 전에 담당 부서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진흥원과 재단과 센터, 대학과 산학협력단, 기업과 협회에서 사람을 구해야 하는 담당자를 위해 썼습니다. 반대로 심사위원이나 강사로 초대받는 쪽에서 읽으셔도 됩니다. 담당자가 무엇을 놓치는지 보이면, 먼저 물어봐 주실 수 있습니다.
섭외는 재능이 아니라 순서입니다. 순서를 적어 두면 세 번째 사업부터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