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이 책의 설명 북극에서 남극까지, 지구의 끝과 끝을 누빈 저널리스트가 전하는 환경 메세지 지구온난화로 바뀌고 있는 북극과 남극, 적도 등의 현장을 여행하고 취재한 환경에세이 『북극곰은 걷고싶다』. 저자 남종영은 북극권 알래스카(아크틱빌리지, 배로, 카크토비크), 캐나다의 허드슨만, 남태평양 투발루, 뉴질랜드 오클랜드, 남극 킹조지 섬, 강원 고성 등 지구온난화의 최전선 8곳을 다니면서 꼼꼼히 자연과 인간의 변화상을 기록했다.
저자는 처칠 만 지역의 역사, 그위친족, 에스키모의 주민의 역사, 남극 킹조지 섬의 생태계 오아시스인 펭귄마을에서 그들의 사는 방식을 조금이나마 체험하며, 물범 사냥에 따라가고, 북극곰과 처음 마주하고, 고래 사냥 후의 고래 축제를 벌이는 에스키모들과 함께하며, 펭귄마을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자기가 오랫동안 살아가던 주거지를 잃어가는 동물과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과연 우리가 어떻게 해야 인간과 동물의 공존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돌아보게 해준다.북소믈리에 한마디!지구온난화의 생생한 현장,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주민들의 생활에 과학자들의 보고서 등 깊이 있는 글을 더했으며, 여기에 그래픽 지도, 다양한 사진 70컷 등을 실어 시각적인 효과를 더해준다. 책의 뒷부분에는 '둠 투어'(Doom Tour: 지구온난화로 사라지거나 원래 모습을 잃어버릴 곳을 찾아다니는 여행 방식) 가이드(위치, 역사, 교통, 숙박, 투어, 인터넷정보 등의 간단한 팁)도 함께 실었다.
■ 본문중에
사실 북극곰을 볼 수 있는 곳은 지구에서 흔치 않다. 북극곰 관찰을 백퍼센트 보장해주는 곳은 처칠이 유일하다고 볼 수 있다. 북극곰 보호단체인 폴라베어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북극곰을 2만2,000마리에서 2만5,000마리로 추정하고 있다. 많아 보이지만 많은 수가 아니다. 북극권은 북위 66도 33분 이북 지역이다. 북극권 면적을 대충 지구의 3분의 1 이하(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지도 단면을 펴면 더 작아진다)로 본다면, 그곳에 단 2만2,000마리만 사는 것이다. 더욱이 북극곰은 잠시도 가만히 있는 동물이 아니다. 활발하면서도 불규칙하게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 움직인다. 북극의 다른 유목 동물인 순록처럼 수백, 수천 마리가 떼를 지어 일정한 패턴으로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수컷은 혼자 사냥하고 혼자 잔다. 암컷은 새끼를 낳은 뒤 2년 동안만 데리고 다닌다. …… 다만 처칠은 예외다. 처칠은 수많은 북극곰들이 거쳐가는 단골 방문지다. 전 세계 북극곰의 절반 정도에 이르는 1만2,000마리가 허드슨 만에서 봄과 여름을 나고, 이 가운데 1,200마리 정도가 처칠만과 와프스크 국립공원을 어슬렁거린다. 이 지역이 북극곰의 양육에 좋은 조건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바다 안쪽 내륙에는 여기저기 산딸기와 잡목의 열매 그리고 북극토끼, 뇌조 등 북극곰의 주전부리 거리가 많다. 북극곰들은 바다가 얼지 않는 여름엔 보통 이곳에서 주전부리를 하면서 ‘겨울잠’을 잔다. 진짜 겨울잠이 아니라 유사 겨울잠이다.
“우리는 포큐파인 카리부와 관계를 맺고 삽니다. 우리는 카리부와 함께 창조됐지요. 우리는 카리부 심장의 한 부분이고, 카리부는 우리 그위친 심장의 한 부분입니다. 우리가 카리부고, 카리부가 우리입니다. …… 우리는 한때 유목민이었어요. 카리부를 따라 북극의 벌판을 돌아다녔죠. 지금처럼 아크틱빌리지에 정착한 건 100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유목민이었을 때, 우리는 카리부 가죽으로 집을 만들었고, 카리부 고기를 먹었고, 카리부 다리로 신발을 만들었고, 카리부 뿔과 식기와 사냥도구를 만들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페어뱅크스에서 주문한 일부 공산품을 쓰긴 하지만, 카리부를 사냥하고 카리부를 먹고 카리부를 기다리는 우리의 삶은 변하지 않습니다.”
에스키모들은 노스슬로프 내륙의 유전 개발을 허용하고 막대한 수입을 챙기고 있다. 에스키모들이 유전 확대에 별다른 브레이크를 걸지 않음으로써, 검은 황금을 실은 송유관이 프루도베이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배로 인근까지 동쪽으로는 카크토비크 인근까지 뻗어나갔다. 그런데 지금 알래스카 석유 개발의 제2차전이 시작되고 있다. 석유자본과 연방정부는 노스슬로프 내륙에 이어 북극해 해상의 석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땅에 이어 바다에서 시추공을 뚫겠다는 것이다. 내륙 유전 개발에는 가만있던 에스키모들이 이번엔 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에스키모는 바다로 먹고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위친 인디언과 달리 에스키모들에게 카리부 사냥은 취미에 가깝다. 대신 그들은 고래와 물법, 바다사자 등 해양포유류에 한해살이를 기댄다. 그위친이 카리부 가죽으로 옷을 입고 사냥도구를 만들고 음식을 해먹는다면, 에스키모 사회에선 고래와 물범이 그것을 대신한다.
카크토비크에 온 지 사흘째 되는 날 북극곰을 만났다. 그날 역시 새벽에 북극곰 순찰을 돌고, 해가 질 즈음 다시 한 번 확인하러 카크토비크 곶에 나갔을 때였다. 놈은 지난해에 남겨둔 고래 사체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자동차 소음을 줄이고 천천히 북극곰에게 다가갔다. …… 놈은 사람의 인기척을 느꼈는지 잠시 또랑또랑 쳐다보더니, 다시 고래 고기에 얼굴을 파묻었다. 놈의 게걸스런 혀 놀림에 고래 고기가 녹았고, 응고된 피는 빨간색을 되찾았다. 어느새 놈의 입가가 붉게 물들었다. 숨 막히는 순간이 이어졌다. 북극곰이 돌변해 공격할 수도 있으므로 원칙적으로는 자동차에서 나가면 안 됐다. 하지만 동행한 사진기자가 문을 열고 나갔다. 어느새 왔는지 독일인 다큐멘터리 작가도 옆에 와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찰칵, 찰칵, 찰칵. 북극곰이 고래에 머리를 처박고……. 찰칵, 찰칵, 찰칵. 북극곰이 하늘을 쳐다보고……. 찰칵, 찰칵,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