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말해본 적 없었던 희귀한 목소리로 한국문학에 새로움을 갱신해온 시인 김승일의 다섯 번째 시집 『다 좋다는 느낌』이 아침달 시집 57로 출간되었다. 『에듀케이션』 『여기까지 인용하세요』 『항상 조금 추운 극장』 『나 우는 연기 잘하지』까지 다양한 화자의 목소리로 삶에 맞부딪친 의미들을 몰입감 있는 희비극으로 선보였던 시인의 개성이 한껏 드러난, 김승일 시 세계의 정수를 보여주는 시집이다. 시의 지형도에서 블랙코미디를 자처하며 고정된 의미를 전복시키고 새로운 감정으로 환기시켰던 시인이 꾸준히 이어온 사고실험과 청소년 시를 쓰며 끌어올린 자유로운 상상력이 입체적으로 펼쳐지는 시간이다.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이희우는 “김승일은 시를 통해 역설을 분비하는 기계를 만든다”라고 이야기하며 통제할 수 없는 삶의 모순들이 시 속에 어떻게 스며들고 발산되는지 김승일의 시 세계를 새롭게 조명한다. “사라짐에 대한 저항”으로써, ‘끝’이라는 감각에 함부로 도달하지 않기 위해 독자들과 일종의 ‘회피 게임’을 실행하며 남기는 시의 잔상은, 시인이 세계에 던지는 강렬한 화두이자 독자들이 쥐게 될 질문이 된다.
이번 시집은 ‘나’라는 틀을 벗어나 내가 아닌 타인을 해체하며 완벽하게 다른 방식으로 말하기를 시도한다. 완결된 세계를 넘어, 타자를 향해 무한히 열린 세계로의 초대다. 결코 통제될 수 없는 삶의 모순, 요약될 수 없는 인간의 감정, 독특한 방식으로 행하는 애도까지. 삶에 지쳐 도망칠 대피소가 필요한 독자라면, 이제 절대로 그만둘 수 없는 김승일만의 시적 튜토리얼에 접속해, 플레이를 시작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