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나를 지배할 수 있다면, 그 권리는 대체 어디에서 오는가?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수많은 규칙 속에서 살아간다. 법을 지키고, 세금을 내고, 국가가 정한 제도를 따른다.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좀처럼 묻지 않는다. 국가는 왜 나에게 명령할 수 있는가? 정부의 권력은 누가 허락한 것인가? 그리고 그 권력이 나의 자유를 침해하기 시작한다면, 나는 어디까지 따라야 하는가?
존 로크의 '정부론'은 바로 이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한다. 로크에게 인간은 처음부터 누군가의 지배를 받도록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사람은 본래 자유롭고 평등하며, 자신의 생명과 자유, 소유를 지킬 권리를 가진다. 그렇다면 자유로운 사람들이 왜 정부를 만들고 스스로 법에 복종하기로 하는가? 로크는 정치권력의 출발점을 왕이나 지배자의 특별한 자격이 아니라 사람들의 동의에서 찾는다.
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 것'에 대한 문제와 만나게 된다. 무엇을 나의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가? 노동은 어떻게 소유의 근거가 되는가?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부에는 어느 정도의 권력을 맡길 수 있는가? 입법권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가? 로크는 자연 상태에서 출발해 재산과 시민사회, 정부와 입법권으로 논의를 확장하면서 개인과 권력 사이에 존재해야 할 경계를 하나씩 그려 나간다.
그러나 이 책의 질문은 '정부는 왜 필요한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불편한 질문으로 나아간다. 정당했던 권력이 더 이상 정당하지 않게 되는 순간은 언제인가? 정복과 찬탈은 통치할 권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합법적인 통치와 폭정의 경계는 어디인가? 그리고 정부가 자신에게 맡겨진 권력을 이용해 시민의 권리를 파괴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누가 나를 지배할 권리를 주었는가'는 오래된 정치제도를 설명하기 위한 책이라기보다 자유로운 개인이 어떤 조건에서 권력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묻는 책이다. 국가와 정부라는 거대한 단어에서 잠시 벗어나 한 사람의 입장에서 질문해 보면 로크의 정치철학은 의외로 가까워진다.
나는 자유로운 사람인가.
그렇다면 나는 왜 복종하는가.
그리고 권력은 어디까지 나에게 요구할 수 있는가.
300여 년 전 로크가 던진 질문은 오늘도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