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유럽 대륙이 독일군의 전격전에 휩쓸리고 영국이 절박하게 전투기를 구하던 순간, 미국의 신생 항공기 제작사 노스아메리칸 에비에이션은 하나의 무모한 약속을 내놓았다. 기존 전투기를 면허 생산하는 대신, 불과 120일 안에 완전히 새로운 전투기를 만들어 보이겠다는 것이었다. 그 약속에서 탄생한 기체가 바로 P-51 머스탱이다.
머스탱은 단순히 강력한 엔진을 얹어 속도를 높인 전투기가 아니었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새롭게 설계된 층류익, 냉각기의 폐열과 공기 흐름을 이용해 저항을 줄이고 추력 효과까지 얻어낸 머레디스 효과, 대량의 연료를 실으면서도 고속 성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세련된 기체 설계까지, 머스탱에는 당시 항공공학의 최전선에 있던 기술들이 집약되어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는 P-51의 모습은 처음부터 완성되어 있지 않았다. 초기 머스탱 Mk.I은 앨리슨 V-1710 엔진을 장착해 저고도에서는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지만, 고고도에서는 과급기의 한계에 부딪혔다. 이후 롤스로이스 멀린 엔진과의 결합을 통해 머스탱은 비로소 장거리 고고도 전투기로 완성되었고, P-51B·C를 거쳐 버블 캐노피와 6정의 12.7mm 기관총을 갖춘 P-51D에 이르러 가장 익숙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이 책은 P-51 머스탱을 단순히 ‘제2차 세계대전 최고의 전투기’라는 한마디로 설명하지 않는다. 영국의 긴급한 전투기 수요에서 출발한 개발 배경, 노스아메리칸 설계진의 공학적 선택, 앨리슨 엔진과 멀린 엔진 사이의 성능 차이, 무장과 항속거리의 변화, 각 파생형의 진화 과정, 그리고 유럽 상공에서 전략폭격기를 호위하며 수행한 역할까지 머스탱의 역사를 기술과 전장의 관점에서 입체적으로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