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한 남자가 8년째 2층 방을 서성이고 있다. 아래층에는 그의 아내가 앉아 있다. 두 사람은 같은 지붕 아래 살면서 8년 동안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하지 않았다. 남편의 발소리는 천장을 통해 그대로 전해지고, 아내는 그 소리를 우리에 갇힌 병든 늑대의 걸음이라 부른다.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은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은행장 자리까지 올랐던 사람이다. 땅속에 잠든 광맥과 폭포와 항로를 깨워 수천 수만 명을 먹여 살리겠다는 계획을 위해, 그는 고객들이 맡긴 돈에 손을 댔다. 성공 직전 가장 가까운 친구가 그를 밀고했다. 5년의 수감, 그리고 출소 후 8년의 유폐. 그는 여전히 자신을 부르러 올 사람들을 기다린다.
어느 겨울 저녁, 아내의 쌍둥이 언니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8년의 침묵이 두 시간 만에 무너진다. 세 늙은이가 한 청년의 인생을 놓고 다툰다. 어머니는 아들이 아버지가 더럽힌 이름을 씻어주기를, 이모는 죽음을 앞두고 그가 곁을 지켜주기를, 아버지는 함께 다시 세상으로 나가기를 바란다. 셋 다 자기 인생의 결손을 다른 사람의 인생으로 메우려 한다. 그리고 청년은 셋 모두를 거절한다.
입센이 예순여덟에 쓴 이 작품에서, 보르크만은 8년 동안 스스로를 재판한 끝에 이런 판결에 이른다. 내가 죄를 지은 상대는 오직 나 자신뿐이다. 그가 기다린 명예 회복이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묻는 것이 이 희곡이다.
본문 중에서
폴달 어떻게 온갖 이치를 거스르면서 믿습니까? 법적으로 복권이 되셔야 하는데??
보르크만 계속하게! 계속해!
폴달 제가 시험을 통과하지는 못했습니다만, 법은 읽을 만큼 읽어서 압니다??
보르크만 재빨리.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폴달 그런 전례가 없습니다.
보르크만 예외적인 인간은 전례 위에 있네.
폴달 법은 그런 구분을 모릅니다.
보르크만 모질게 딱 잘라. 자네는 시인이 아니야, 빌헬름.
(…)
보르크만 자네는 여태 나한테 거짓말을 해온 걸세.
폴달 고개를 저으며. 거짓말은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 여기 앉아 나에게 희망과 신뢰와 확신을 먹여오지 않았나? 그게 전부 거짓이 아니었나?
폴달 당신이 제 소명을 믿어주시는 동안에는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당신이 저를 믿는 동안에는 저도 당신을 믿었으니까요.
보르크만 그렇다면 우리는 내내 서로를 속여온 거군. 어쩌면 자기 자신까지도. 둘 다.
폴달 하지만 그게 바로 우정 아닙니까, 욘 가브리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