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에서 AI 전환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문장은 기업 AI 프로젝트의 95퍼센트가 실패한다는 것이다. 반대편에는 생성형 AI로 수백 명분의 일을 대체했다는 발표가 있다. 두 숫자는 정반대를 가리키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무엇을 100으로 놓고 무엇을 실패라고 불렀는지가 사라져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성공 사례집도 실패 폭로집도 아니다. 국내외 기업의 AI 프로젝트 40건을 같은 판정 규칙으로 놓고, 각각이 지금 어느 문턱에 있는지 기록한 케이스북이다.
기업 전체를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는다. 고객상담, 이상거래 탐지, 물류 경로, 품질검사, 사내 검색처럼 프로젝트 단위로 본다. 파일럿을 넘어 운영에 정착했는지, 일부에만 남았는지, 전략을 수정했는지, 확대하지 않고 종료했는지를 다섯 개의 상태 코드로 구별하고, 판정한 날짜를 함께 남긴다. 결과를 알 수 없으면 모른다고 적는다. 이 원칙 때문에 기획 단계의 대칭적인 그림은 깨졌고, 최종 분포는 정착 31건, 부분 정착 2건, 전략 수정 2건, 확장 중단 5건이 되었다. 그 숫자가 성공률이 아니라는 것도 본문에서 밝힌다.
숫자를 읽는 법이 이 책의 절반이다. MIT와 RAND, 가트너와 S&P의 실패율 통계가 각각 무엇을 셌는지 원문까지 따라가 분모를 복원한다. 클라르나의 700명이 왜 해고 인원이 아닌지, 네이버 쇼핑의 거래액 2.7배가 회사 전체 거래액이 아닌 이유가 무엇인지, 하나은행의 연 2만7천 시간이 왜 실측이 아니라 기대효과인지를 하나씩 나눈다. 발표된 숫자를 버리지 않되 발표가 실제로 말한 만큼만 쓴다.
다루는 사례는 클라르나와 맥도날드, 월마트와 테스코, 모건스탠리와 JP모건, IBM과 아마존, 질로우와 메타를 지나 국내로 이어진다. 네이버 쇼핑 에이전트, 카카오뱅크의 이상거래 탐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여신심사, 쿠팡과 에이블리와 컬리, 현대차그룹의 제조 AI까지 같은 좌표로 비교한다. 국내 사례에서 실패가 잘 보이지 않는 구조적 이유도 한 장을 들여 다룬다.
마지막 네 장은 패턴이다. 정착한 곳에서 반복된 다섯 가지와 멈춘 곳에서 반복된 네 가지를 뽑되, 확인하지 못한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적는다. 업무에 깊게 연결하면 성공한다는 가장 그럴듯한 가설이 40건 앞에서 어떻게 깨졌는지도 그대로 보여준다. 사느냐 만드느냐의 조달 판단과 자동화 뒤 사람의 일이 어떻게 남는가를 이어서 다룬다.
책 끝에는 우리 회사 AX 진단 30문항이 있다. 문제, 데이터, 업무흐름, 운영 책임, 성과 측정의 다섯 영역을 0점과 1점과 2점으로 매기고, 총점보다 가장 낮은 영역을 병목으로 읽는 도구다. 부록에는 40건 전체의 판정표와 인용 통계의 원출처 대조표를 실었다.
AX TF에 들어간 실무자, AI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 경영진, 파일럿을 확대할지 멈출지 판단해야 하는 팀장을 위한 책이다. 이 책은 성공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 프로젝트가 지금 어느 문턱에 서 있고 다음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는 끝까지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