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지피티가 에세이를 대신 써주는 시대다. 그런데 정작 국제철학올림피아드(IPO)와 존 로크 에세이 대회에서 상을 받는 글은 AI가 쓴 글이 아니다. 20년 가까이 논술과 구술, 국제 철학 에세이를 지도해온 저자는 그 차이를 현장에서 매일 확인한다.
이 책은 AI 탐지 시스템(GPTZero, Turnitin, Winston AI)이 잡아내는 다섯 가지 흔적에서 출발한다. 도식적인 3단 논리, 기계적인 연결어, 처음부터 끝까지 균질한 문체, 텍스트와 씨름한 흔적의 부재, 인위적으로 깔끔한 수미상관. 이것을 하나씩 걷어내는 다섯 가지 전략을 실제 수상작의 초고 여섯 번을 그대로 펼쳐 보이며 증명한다.
그런데 이 책이 말하려는 건 탐지기를 속이는 기술이 아니다. 저자는 이렇게 쓴다. "탐지기를 속이는 글은 결과적으로 더 좋은 글이 된다." 매끄러운 논리,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인용, 깔끔하게 닫힌 결론은 AI 이전에도 좋은 글의 적이었다. AI는 이 결함을 감염시킨 게 아니라 증폭시켰을 뿐이다.
2016년 국제철학올림피아드 벨기에 대회에서 한 나라 두 학생이 동시에 금메달을 받았는데, 이 중의 한 학생이 저자가 직접 지도한 학생이다. 이 학생의 수상작을 분석하면서 좋은 글이 무엇인가를 설명해준다. 또한 2025년 존로크 에세이에서 'very high' 를 받았던 학생의 실제원고를 첫 브레인스토밍부터 최종 제출까지 여섯 번의 개고 과정을 문장 단위로 대조하며 보여준다. 다양성을 정의와 죄책감의 문제로 다시 쓴 학생, 아렌트와 아이리스 영을 자기 논증으로 육화시킨 학생의 원고가 그 사례다.
향수를 만드는 조향사는 향을 조합하지만 체온은 만들지 못한다. AI 시대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AI가 개요를 잡고 문장을 다듬어줄 수는 있어도, 무엇을 주장하고 왜 주장하는지, 그 주장이 자기 삶과 어떻게 이어지는지는 결국 쓰는 사람의 몫이다. 이 책은 그 마지막 재료, 인간의 냄새를 담아내는 법을 실전 사례로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