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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빛으로 일하러 간다
글쓴이
이숨 저
출판사
걷는사람
출판일
2026년 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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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이숨

장흥에서 태어나 2018년 《착각의 시학》으로 등단했다. 2020년 시집 『구름 아나키스트』를 냈다.

책 소개

분야소설/시/희곡
“잊어버리는 쪽이 아니라
기억하는 쪽으로 같이 가자는 뜻이지”

숨을 지닌 어떤 존재든 잊지 않기 위해
힘껏 끌어안은 일광


이숨 시인이 제2 시집 『그 불빛으로 일하러 간다』를 걷는사람 시인선 162번으로 선보인다. 등단 이후 8년 만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다정하고도 맹렬한 감각처럼 노동자의 삶을 새롭고 예리하게 포착한다. 이때 노동이란 재화를 버는 행위만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는 일을 포함한다. 시편에 등장하는 모두는 불 속으로 진입하면서 자신이 감당할 몫의 빛을 업는다. 시인은 무게가 육신을 짓누르지 않도록 범죄 피해자를 추모하고, 고독사한 청년을 조명하며, 사라져 가는 남극의 펭귄들을 돌본다. 자신을 빛보다 투명한 숨결 속에 숨겨 두고 유랑한다. 그런 존재가 시어로 주고받는 마음 자체가 애도다. 곳곳에 만연한 사라짐과 통증들은 아프지 않은 명도로 다시 쓰인다. 지켜보는 독자들은 그와 같은 방식으로 숨 쉬는 법을 다시 배운다. 이해가 아니더라도 배움만으로 가능한 연대가 있음을 깨닫는다.

불빛 속에 고통만 만연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불빛으로 두지도 않았을 테다. “희망이 파르라니 돋던(화수분 미용실)” 시절을 지나는가 하면, “몸을 낮춰 넓게 펼친 두 팔로 희망을 받아 내는(로제트 식물처럼” 방식을 습득하고, 그럼으로써 혼자라는 생각을 잊는다. 불과 빛과 불빛의 속성은 언제나 따뜻하고 채도 높은 쪽에 있다. 시집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시가 ‘제의’의 형태를 띠고 있음에 주목해 본다. 제사에는 향과 갓 지은 음식처럼 온도 높은 물성이 가득하다. 심지어 애도를 위한 촛불을 끄는 건 “한 점 심장 박동으로 켜졌던(행복한 제사)” 아이의 숨결이다. 불처럼 고통스럽지도, 빛처럼 안전하지도 않도록 구축한 세계 속에서 시인은 동시대를 바라보며 얻은 슬픔을 해소한다. “그녀가 눈이 부셔 눈을 감으면/슬픔이 색을 짓는다(슬픔은 무슨 색일까).” 모두의 불빛을 어루만질 때까지 그 색은 쉼 없이 변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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