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드라마와 연예인들의 아시아 진출로 시작된 한류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열기를 더해 가고 있다. 문화상품으로서 한류의 진출 현황만을 놓고 본다면, 한류는 이제 아시아의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을 점유할 기세에 있다. 한반도의 오천 년 역사상 한국인의 문화적 자긍심과 문화생산 역량이 이처럼 폭발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결합한 예는 일찍이 없었다. 한류 속에 잠복해 있는 문화민족주의와 문화제국주의적인 위험 요소를 충분히 경계한다면, 한류는 한국인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아시아와 세계 대중들의 눈에 의해 ‘문화적으로’ 검증받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와 같은 한류의 문화(사)적 의의와 방향성이 한류에 대한 논의의 총론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세부 각론들은 이제 막 씌어지기 시작한 시점에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한류의 담론은 한류라는 문화현상의 속성상, 문화학, 경제학, 정치학, 미학, 인문학, 상품 제작의 기술학, 심지어 민족주의론과 젠더론 등이 망라된 총체적인 것이 될 수밖에 없으며, 또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한다. 한류에 대한 진정한 의미의 전문가가 나오기 힘든 것은 이러한 상황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한류에 대한 세부 각론이 각 학문영역별로, 혹은 학문과 산업 현장과 정책결정의 장이 분리된 상태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현실인식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한류의 다채로운 국면과 현황, 전망과 과제에 대해 비판적이면서도 생산적인 논의를 펼친 결과물을 엮은 것이다. 한류의 실태와 과제에 대한 전반적인 스케치를 담은 김수이의 발제문을 필두로, 1부는 한류의 자산인 한국의 전통문화와 그 현재적 의의 및 활용방안을 점검하고 있다. 임재해의 「문화자산으로서 민속문화 유산의 경제적 가치」는 주목에 값하는 글로서, 민속문화와 현대문화에 대한 풍부한 자료들을 근거로 한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 실질적 방안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김진영의 「판소리에 대한 현재적 이해」는 판소리를 오늘의 한류 문화에 적용하기 위한 원천적인 자료로 삼을 수 있는 글이다.
2부에 실린 글들은 아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한류 드라마와 영화를 꼼꼼히 분석한 작품론이다. 박준규, 김명혜, 오정연, 강유정의 글은 각기 학자, 기자, 평론가의 시각에서 「겨울연가」, 「파리의 연인」, 「대장금」, 박찬욱과 김기덕 영화의 의의와 한계를 흥미롭게 분석하고 있다. 3부에는 한류의 문화현상을 각기 문화정치, 문화민족주의, 대중수용, 인문학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한 글을 모아 놓았다. 이기형, 이동연, 손병우·양은경, 박기수의 글은 최근 한류 논의의 상한선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각별한 독해를 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