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몽골제국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3세기 초, 유라시아 동쪽의 몽골고원에서 세계사의 흐름을 바꾸는 거대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당시 초원에는 몽골·타타르·케레이트·메르키트·나이만을 비롯한 여러 집단이 경쟁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가운데 테무진이라는 인물이 수많은 전쟁과 동맹을 거쳐 초원의 세력을 통합했고, 1206년 쿠릴타이에서 ‘칭기즈 칸’으로 추대되었다. 몽골제국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칭기즈 칸과 그의 후계자들이 만든 제국의 팽창 속도는 놀라웠다. 몽골군은 만리장성을 넘어 금나라를 공격하고 중앙아시아의 호라즘 제국을 무너뜨렸으며 러시아와 동유럽까지 진격했다. 훌라구의 군대는 바그다드를 점령했고, 쿠빌라이 시대에는 남송을 멸망시켜 중국 전체를 지배했다. 그 결과 몽골계 국가들의 지배영역은 동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거쳐 동유럽에 이르는 광대한 공간으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몽골제국의 역사를 칭기즈 칸과 몽골 기병의 정복 이야기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초원의 여러 집단을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통합할 수 있었을까? 몽골군은 왜 그토록 강했을까? 문자와 행정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몽골인들은 어떻게 수많은 민족과 종교를 가진 광대한 지역을 다스렸을까? 그리고 그렇게 강력했던 제국은 왜 여러 칸국으로 나뉘게 되었을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쓰였다.
먼저 몽골제국이 등장하기 이전의 초원세계를 살펴본다. 유목민에게 말과 가축, 목초지는 단순한 생활수단이 아니라 경제와 정치, 전쟁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반이었다. 부족과 씨족, 혼인과 동맹의 관계를 이해해야 테무진이 어떻게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제국을 만들었는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이어 테무진의 성장과 자무카와의 경쟁, 케레이트·나이만과의 전쟁, 1206년 몽골제국의 성립을 살펴보고, 금나라·서하·호라즘 정복에서 러시아와 동유럽 원정, 바그다드 함락과 남송 정복에 이르는 제국의 팽창을 따라간다. 제베·수부타이·무칼리 같은 장군들의 활약과 몽골군의 조직, 기병전술, 정보수집, 역참, 공성기술도 함께 살펴본다.
칭기즈 칸 이후의 역사에도 많은 비중을 두었다. 오고타이·귀위크·몽케 시대를 거치며 제국은 더욱 확대되었지만, 1259년 몽케가 죽은 뒤 쿠빌라이와 아리크부케가 대칸 자리를 놓고 싸우면서 정치적 통합이 흔들렸다. 이후 원나라·주치 울루스·차가타이 칸국·일한국 등 여러 정치세력이 각자의 길을 걸었다. 하나의 거대한 제국이 여러 몽골계 국가로 변화하는 과정 역시 몽골제국사의 중요한 부분이다.
몽골과 고려의 관계도 자세히 다루었다. 수십 년에 걸친 몽골의 침입과 강화도 천도, 처인성 전투, 삼별초의 항쟁, 고려와 몽골의 강화, 원 간섭기는 한국사와 몽골제국사가 직접 만나는 역사다. 두 차례 일본 원정에는 고려의 선박과 병력이 동원되었다. 또한 베트남의 쩐 왕조는 몽골·원의 침공에 맞서 싸웠으며, 1288년 박당강 전투는 몽골군도 지형과 기후, 보급 문제 앞에서는 한계를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몽골제국은 엄청난 파괴도 남겼다. 정복 과정에서 수많은 도시가 파괴되고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이러한 피해를 정복자의 영웅담으로 덮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동시에 몽골의 지배 아래 유라시아의 교통과 교역망이 확대되면서 상인·사절·학자·기술자·종교인들이 이전보다 넓은 지역을 이동했다. 중국과 이슬람 세계를 비롯한 여러 문명의 지식과 기술, 상품과 문화가 서로 만났다. 몽골제국은 파괴의 제국이면서 동시에 유라시아를 더욱 긴밀하게 연결한 제국이라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1368년 원나라가 중국에서 물러난 뒤에도 몽골의 역사는 끝나지 않았다. 원 황실은 북쪽으로 이동해 북원으로 이어졌고, 이후 오이라트와 칭기즈 왕가의 경쟁, 다얀 칸과 알탄 칸의 시대, 릭단 칸의 몰락을 거쳐 몽골 세계는 청 제국의 질서 속으로 들어갔다. 다시 1911년 독립운동과 1921년 혁명, 1924년 몽골인민공화국 수립, 1990년 민주화로 이어지면서 오늘날 몽골국이 형성되었다.
이 책은 칭기즈 칸을 영웅으로 찬양하기 위해 쓴 책도, 몽골제국을 파괴와 학살만으로 설명하기 위해 쓴 책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당시 사람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선택을 했으며, 그 결과 유라시아 세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몽골제국은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그들이 움직였던 길과 전쟁, 교역과 문화교류의 흔적은 오늘날 중국·몽골·한국·러시아·중앙아시아·이란·동유럽 곳곳에 남아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칭기즈 칸이라는 한 인물을 넘어, 몽골제국이 어떻게 탄생하고 성장했으며 왜 분열되었는지, 그리고 그 거대한 제국이 세계사를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