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책에 대한 책'의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그러한 책을 읽는 시간은 사랑하는 이가 친히 털어놓은 속내이야기를 들을 때처럼 내밀하고, 결과적으로는 나와 책의 관계를 이전보다 더욱 공고하게 맺어준다. 그러나 이 책의 독특한 문제의식은 수많은 장서가들의 열정 이상으로 그 장서를 파괴하려는 인간의 광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데 있다. 다시 말해 애서가들의 책을 향한 애절한 순애보보다 분서와 도서관 파괴, 책들의 홀로코스트라는 어두운 면에 더 주목하는 책이다.
분서의 역사는 책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이 책은 기원전 14세기 이집트에서부터 오늘날 정보화ㆍ전산화로 인한 종이책의 폐기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장서 파괴의 역사를 고찰한다.
모든 사랑에는 황홀한 기쁨이 있는가 하면 안타까운 절망도 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지금까지 애서가들이 (상대적으로)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허무하고 쓰라린 책의 역사를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