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것들은 / 대개 가벼워서 / 먼저 바람 쪽으로 뒤집혔다 // 오래 뒤집힌 것들의 안쪽을”을 응시하는 이익준 형은 그러나 뱀이 허물을 벗고 새로 태어나듯, “어둠을 깨고 / 눈부시게 꽃망울 터뜨리며 / 황홀하게 타는 꽃불” 같은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것은 역설적으로 회한과 우수에 찬 것이 아니라 “서리에 젖어 갈빛으로 마르고 / 긴 목대 끝 붉은 꽃 지고 난 뒤 / 하얗게 부서지며 피어나는 꽃”처럼 생의 긍정을 노래한다. 그것은 “허연 대낮에도 / 담을 넘는 팜므파탈”처럼 욕망의 끊임없는 파동으로 물결친다. 그렇다고 매 순간이 충일한가. 삶은 그렇지 않다. “밤이 되면 / 빈 의자에 달빛이 앉고 //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방 / 문고리 하나가 천천히 식어가”는 고독한 시간도 있다. 만일 지금이 그런 순간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시집은 팔순을 앞둔 이익준 형의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한 기록이자 통찰이다. 나선형의 동양적인 시간관념에 의하면 동지 지나면 입춘이 반드시 온다. “구조라 늙은 춘당매 꽃을 피웠다지 / 나이 같은 건 핑계 대지 않고 / 기어이 꽃을 피웠다지” 팔순에 봄꽃 같은 첫 시집을 펴낸 이익준 형의 시집 상재를 축하하며 새로운 시 세계를 기대한다.” - 평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