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왜 ‘심종문’을 호명해야 하는가?”
이 책은 AI 디지털 문명 속에서 지구 생태 위기와 인간 소외 및 단절의 대안을 심종문의 문학을 통해 모색하고, 이를 필자의 독창적인 학술 체계인 ‘여성생태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인문학적 기록이다.
현대 기술의 폭주는 전례 없는 물질적 풍요와 계산 가능한 효율성을 가져다주었지만, 인간의 주체성은 차가운 데이터의 부속품으로 전락했고, 대지와의 정서적 교감은 철저히 파편화되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를 대신하고, 디지털 알고리즘이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21세기의 문명사적 전환점에서, 왜 우리는 다시 ‘심종문’이라는 대지의 작가를 호명해야 하는가?
효율과 지능이 지배하는 AI 시대의 위기는 기술의 부족이 아니라, 생명을 잉태하고 돌보는 ‘여성적 원리’와 ‘생태적 감수성’의 고갈에서 비롯되었다. 무분별한 전쟁과 개발의 결과로 지구 생태계는 파멸 직전의 한계 상황에 직면했으며, 인간 사이의 소외와 단절이 극에 달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AI 시대, 왜 다시 인간이며, 왜 다시 생명인가?” 이 책은 바로 그 무거운 질문에 대한 문학적이자 실천적인 응답이다. 그리고 그 대안의 중심에, 1930년대 중국의 변방을 치열하게 기록했던 작가, 심종문이 있다.
서구에서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도모하는 ‘생태여성주의’ 담론이 고개를 든 것은 1970년대에 이르러서였다. 놀랍게도 이 사상의 맹아는 이미 1930년대 동아시아 중국의 심종문 문학 속에서 구체적으로 발현되고 있었다. 심종문은 가부장적 이분법이 초래한 정복의 논리와 위계질서를 타파하고 자연과 여성이 지닌 원시 생명력을 복원해 낸 선구자였다. 동시대 대다수의 지식인들이 서구의 근대 합리주의에 매료되어 고향의 향촌 민중들을 그저 ‘우매한 계몽의 대상’으로 타자화할 때, 심종문은 궤를 달리했다.
그는 억압받는 변방 소외계층의 삶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그들의 영혼과 교감했다. 심종문이 창조해 낸 ‘상서세계’에서 인간과 자연은 지배와 피지배의 위계로 나뉘지 않는다. 맑은 강물과 거친 바윗돌, 작은 벌레는 인간과 똑같이 숨 쉬고 영성을 지닌 주체로 살아 움직인다. 그리고 그 대지의 품 안에서 서정성을 뿜어내는 여성들은 문명의 왜곡된 인성을 치료하는 초월적 여신이자, 모성적 돌봄과 보살핌의 주체로 격상된다. 작가는 도교의 ‘도법자연’과 ‘무위’의 철학을 문학적 언어로 승화시키며, 만물이 평등하게 공존하고 상생하는 거대한 생명 공동체의 비전을 완성했다.
따라서 여성생태학적 시각으로 심종문 문학을 고찰하는 것은 작가가 창조한 독특한 자연적 인물들을 깊이 이해하고, 그의 문학세계를 정확히 해독하는 데 필연적인 열쇠다. 비록 심종문이 생태여성주의 이념을 직접 표방하지는 않았으나, 생명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가부장제 이분법적 사유와 지구상의 모든 폭력, 억압, 착취를 거부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리하여 그의 문학이 지닌 생태여성주의 가치를 탐색하는 작업은, 현대 사회의 위기를 극복할 지혜를 찾는 필연적인 과정이다.
심종문의 문학을 펼치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빛바랜 향촌 서정소설을 찬미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결과와 이익만을 좇는 기계론적 사유가 범람하는 AI 시대에 디지털 소외와 단절을 치료할 가장 강력한 ‘생태 해독제’를 발굴하는 위대한 여정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문명의 그늘 속에서 잃어버렸던 조화로운 생태 세계를 재발견하고, 상생의 ‘에코토피아’를 향한 실천적 걸음을 함께 내딛기를 소망한다.
“대지의 작가와 스승님들과의 운명적 조우”
심종문이 지향하는 대안 세계는 오늘날 생태여성주의가 주장하는 관점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한다. 필자는 1970년대 서구의 생태여성주의보다 훨씬 앞선 시기, 이미 동양의 문학 속에서 그 찬란한 맹아를 발견하여 이를 필자만의 독창적 학술 체계인 ‘여성생태학’으로 재정립하였다. 이는 100년 전 심종문이 작품 속에 깊이 새겨둔 무의식을 필자가 현대적 언어로 ‘해독(Decoding)’해낸 필연적인 영적·운명적 조우이다. 마치 심종문은 100년 뒤에 나타날 학술적 동지를 예견하고 기다리며 그 주옥같은 작품들을 남긴 것만 같다. 당대에는 완전히 이해받지 못했던 그의 초월적 감수성은, 이제 본 저서를 통해 비로소 시공간을 초월하는 ‘지구적 구원’의 메시지로 완성된다. 이제, 심종문이 남긴 저 맑은 물결이 억압된 모든 생명을 깨우고 구원할 시간이다.
이 학술적 여정의 씨앗은 한국외대 석사 시절, 심종문 연구의 세계적인 거장 왕지즈 교수님과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수업 시간에 나누었던 대화들, 사료를 대하는 겸허함, 그리고 문학적 심층을 읽어내는 혜안은 나에게 깊은 학문적 자양분이 되었다. 더불어 왕 교수님이 제자들을 위해 손수 빚어주신 자오즈의 따뜻한 돌봄 속에서 필자는 학문이란 결국 ‘인간’과 ‘생명’을 향해야 함을 깨달았다. 이후 고려대학교 박사 과정의 고독한 터널을 지나며 정립한 여성생태학적 관점은, 바로 그 따뜻한 식탁에서 시작된 ‘생명에 대한 경외’에서 출발했다.
돌이켜보면, 이 생태여성주의 연구의 결실을 맺기까지, 지성과 품격을 잃지 않고 마침내 심종문 연구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던 학자적 집념과 용기는, 바로 석사 시절 이영구 지도교수님의 거대한 가르침 덕분이었다. 나의 학자적 영혼을 형성해 주시고 중문학을 토대로 한 내 학문적 여정의 시작과 끝을 함께해주신 이영구 교수님, 그리고 강계철 교수님과 박정원 교수님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스승님들이 계셨기에 메마른 디지털 문명 속에서 심종문 문학이 지닌 생태적 구원의 메시지를 이토록 온전히 길어 올릴 수 있었다.
참된 스승의 가르침이라는 단단한 뿌리가 있었기에, 나의 지성과 인격이 꺾이지 않고 오히려 더 찬란하게 꽃을 피울 수 있었다. 이제 이 책은 심종문이라는 거대한 대지를 경유하여, 더 넓고 풍요로운 교육과 문화의 바다로 나아가기 위한 나의 학문적 전환점이 될 것이다. 이 한 권의 기록이 AI 기술 시대의 지구 생태 위기, 인간 소외와 단절의 그늘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조화와 상생의 에코토피아’를 되찾게 해 줄 소중한 나침반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