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는 정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일까.
장미와의 갈등 끝에 자신의 별을 떠난 어린 왕자는 지구에서 여우를 만난다. 여우는 그에게 길들인다는 것의 의미와 관계에 따르는 책임을 가르친다. 어린 왕자는 비로소 자신의 장미가 특별한 이유를 깨닫고, 그녀에게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뱀에게 자신의 몸을 맡긴다.
우리는 오래도록 이 이야기를 사랑과 책임에 관한 아름다운 동화로 읽어왔다.
그러나 만약 어린 왕자가 여우를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는 그래도 장미에게 돌아갔을까.
그리고 죽음을 선택했을까.
『어린 왕자 살인사건』은 이 작은 의심에서 시작한다.
저자는 어린 왕자의 죽음을 하나의 ‘사건’으로 놓고 여우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죽음을 선택한 것은 어린 왕자 자신이지만, 그 선택에 이르도록 만든 생각은 어디에서 왔는가. 누군가의 가치관이 다른 사람의 선택을 바꾸었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수사는 자연스럽게 어린 왕자의 죽음을 넘어 우리가 사랑이라 부르는 것들을 향한다.
사랑과 소유는 어디에서 갈라지는가.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가. 기다리는 사람을 위해 돌아가는 것이 사랑이라면, 떠나는 것은 사랑이 아닌가. 과거의 내가 맺은 약속을 지금의 나도 책임져야 하는가. 그리고 두 사람이 함께 만들었던 ‘우리’는 관계가 끝난 뒤 어디로 사라지는가.
여우와 어린 왕자, 장미를 차례로 심문하던 질문은 어느 순간 책을 읽고 있는 사람에게 돌아온다. 당연하다고 믿었던 사랑의 문장들을 하나씩 의심하다 보면, 이 사건에서 판결해야 할 것은 한 소년의 죽음만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어린 왕자의 죽음에 하나의 정답을 내리기 위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어린 왕자』라는 익숙한 이야기를 낯선 사건으로 다시 바라보며, 사랑과 책임, 소유와 이별, 그리고 관계 속에서의 나를 되묻는 철학 에세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책임을 다해야 한다.
너무 당연해서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말.
어린 왕자는 그 말을 배웠고, 자신의 장미에게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죽었다.
과연 우리는 그것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