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 어느 마을에 떠돌이 소리꾼 유봉이 찾아든다. 유봉은 동호의 어머니인 과부와 사랑에 빠져서 그들은 함께 마을을 떠난다. 동호의 어머니가 아이를 낳다가 숨을 거둔 뒤, 유봉이 데리고 있던 송화와 동호는 의붓남매로 자란다. 유봉은 송화에게 소리를, 동호에게 북을 가르치며 유랑생활을 하게 된다. 그들은 유봉과 함께 소리를 팔아먹고 살지만 전쟁으로 궁핍한 세월 속에서 삶은 점점 더 고달파진다. 소리를 들어주는 이 없는 냉대 속에 희망 없이 지내는 생활 속에서 동호는 유봉과 다투어 떠나 버리게 된다. 동호가 떠난 뒤 송화는 소리하기를 거부하고 유봉은 ‘득음’(소리의 완성)에 집착하여 송화의 눈을 멀게 만든다. 유봉이 세상을 뜬 뒤, 눈 먼 송화는 밑바닥 삶을 살아간다. 세월이 흐르고 동호는 그리움과 죄책감으로 송화와 유봉을 찾아 나서서 마침내 송화를 다시 만나게 되나,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송화는 그의 청에 그의 북치는 소리와 함께 노래를 부르게 된다. 그러면서 하룻밤을 함께 보낸 그들은 다시 만날 기약 없이 헤어지고, 송화는 정처 없는 유랑의 길을 떠난다.
서편제 시나리오는 이청준의 연작소설 을 김명곤이 각색한 것으로 판소리라는 음악성을 영상의 이미지로 구성해 놓은 작품이다. 그동안 갖은 멸시와 천대를 받아오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았던 하층민의 민중예술로서의 판소리를 민중의 한과 서러움, 흥겨움을 대변하는 매체로 그리고 있다.
‘득음’(예술)을 위해서는 피눈물 나는 노력과 소경이 되어야 하는 운명까지도 감내해야 하는 여주인공 송화.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을 통하여 ‘소리꾼’(예술가)으로서 살아가는 일이 한을 쌓는 일임을 얘기해 주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가슴속에 첩첩이 응어리진 한을 풀어내는 것이 소리(예술)라는 우리 민족 고유의 ‘한의 예술’을 판소리로 엮어내어 한국적인 소리의 신화를 창조해 낸 점이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