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길고양이가 한 마리 있습니다. 갈색과 고동색 털이 얼룩덜룩 섞여 있어 '얼루기'라고 불립니다. 얼루기는 공원에서 한 소년과 마주치지만 무척이나 조심스러워 가까이 오지는 않고, 소년을 지켜보기만 합니다.
하지만 얼루기가 낙엽 밟는 소리를 들려주고, 나무 의자에 나란히 앉는 날들이 쌓이면서 둘 사이의 거리는 조금씩 가까워집니다. 이렇게 둘은 서로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어느 날 얼루기가 소년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합니다.
이상교 작가의 동시 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소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외로운 존재인 얼루기와 소년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소통을 하면서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 줍니다. 그리고 어린 왕자와 장미처럼 서로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지요. 소통은 이처럼 치유의 힘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 작품에는 나와 다름에 대한 존중이 있습니다. 얼루기는 짧은 꼬리로 태어나 장애가 있는 고양이입니다. 얼루기와 소년의 관계는 나와 다른 존재를 인정할 때 행복한 공존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책에서 얼루기와 소년의 심리는 그림과 색감으로도 함께 읽힙니다. 비 오는 여름의 옅은 파스텔 톤, 낙엽 지는 가을의 따뜻한 갈색과 주황, 인적 드문 겨울의 차가운 청색, 다시 초록이 피어나는 봄까지─책장을 넘길 때마다 계절과 색이 바뀌며 얼루기와 소년의 마음이 가까워지는 시간이 표현됩니다.
그리고 공원의 벤치, 놀이터, 산책로를 담은 와이드한 판형은 소년의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의 풍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느낌을 줍니다. 얼루기와 소년처럼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그래서 서로에게 곁을 내어주고 함께하는 아름다운 마음이 여러분에게 전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