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한 사람은 없었다. 각자 자기 일을 충실히 했을 뿐이다. 그리고 전쟁이 시작됐다.
새벽 두 시 십일 분, 소설가 한도윤에게 낯선 독자의 편지가 도착한다. 첨부된 파일에는 같은 사건을 설명하는 문장들이 단계마다 조금씩 달라진 채 들어 있다. 번역자는 두 가능성을 남겼고, 기계는 문장을 표준화했고, 분석관은 여러 징후를 모았고, 법률가는 주어진 사실을 전제로 삼았다. 첫 문장에는 두 개의 가능성이 있었지만 마지막 문장에는 하나의 의도만 남았다. 십일 분 뒤, 첫 폭발이 보도된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사라진다.
판단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증명하려면 기록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그 기록은 편지를 보낸 사람에게 닿는 가장 짧은 길이 될 수도 있다. 도윤은 대리인의 시대를 끝내겠다고 선언한다. 선출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모든 결정에 대한 사전 동의가 아니라고. 그러나 그 선언을 인증할 열쇠는 한 사람의 목에 걸려 있다. 남을 대신 결정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사람들을 지킨다는 이유로 계속 그들을 대신해 결정한다.
"부재 조항"은 파국을 한 명의 악인이나 하나의 기술로 설명하지 않는다. 각 단계에는 자기 문장을 책임지는 이름이 있었지만, 모든 문장이 합쳐져 만든 결론에는 이름이 없었다. 소설은 하나의 문장이 결정이 되기까지 이동하는 거리, 그리고 그 결정이 한 사람에게 가닿기까지 이동하는 거리를 따라간다.
아무도 전체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그 결과는 누구의 책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