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인의 지혜는 도서관 하나와 맞먹는다."
경주 진현동 어르신들이 호미 대신 연필을 쥐고 길어 올린 삶과 기억의 파노라마
경주 토함산 자락 진현동으로 귀촌한 화가 손영 작가가 마을 어르신들의 치매 예방을 돕고자 시작한 작은 미술 수업. 평생 밭일과 자식 뒷바라지에 손마디가 굵어진 할머니들은 처음에 "일자무식이 그림은 다 뭐꼬"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스케치북 위에서 호미 대신 쥔 연필 끝으로 잃어버렸던 유년과 젊은 날의 이야기를 하나둘 풀어놓기 시작합니다.
새끼줄에 고추를 달던 금줄 이야기부터, 가마 타고 시집오자마자 신랑을 전쟁터로 보낸 사연, 식구 수대로 양을 늘려 끓여 먹던 김치밥국, 깎아낸 머리카락을 팔아 공책을 사주던 기억까지─ 책 속에는 공식 역사서에는 기록되지 않은 우리 어머니·할머니 세대의 생생한 일상과 끈질긴 생명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삐뚤빼뚤하지만 더없이 진실한 그림과 구수한 경상도 방언의 입담, 그리고 그 곁을 따뜻하게 지켜본 화가의 시선이 어우러져 깊은 울림과 눈물겨운 감동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