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시인 김추인 씨의 네 번째 시집.
이 시집에는 「크로 혹은 백생 대평원」 「장자의 미로를 다녀오다」 「생가」 「틈새에서 구겨지다」 「오래된 미래 쪽으로」 등 예술작품과의 교감을 통한 다양한 시 세계를 선보인다. “네 몸에 주렁주렁 달린 상념의 나뭇잎들을 보고 있다”(「사유반가상」). 시간을 초월하여 영원의 세계에서 노니는 반가사유상에 비해 사람이란, 사람의 몸이란 바람 앞의 낙엽이나 등불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시인은 말한다. “토막시간”과 “시간 한 상자”, “희뜩이는 시간의 잎새”와 “봉인된 시간” 등 모두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의 존재를 꿈꾸는 시어들이다. 시인은 시를 통해 물리적인 시간을 초월하고자 한다.
“생애의 고운 파일들이 날마다 휴지통으로 날아가”(「마지막 엔터」)듯이 우리의 나날도 휴지통으로 날아간다는 일상의 허무로부터 탈피하려 시인은 시를 쓴다. 이런 시인의 생명에 대한 애착과 예술에 대한 사랑은 결국 ‘시간과 죽음의 경계를 뛰어넘기’로 이어진다. 생이란, 또 몸이란 빨랫줄에 널린 빨래 하나에 지나지 않다. “평생을 걸겠다 끙끙대던/갈망의 무게”란 욕망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마른 검불이나 지푸라기로 인식하게 됨으로써 시간의 속박으로부터,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다고 그의 시가 알려준다.
문학평론가 김재홍 씨는 “김추인의 시에는 비관적인 삶의 인식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시에는 고독과 허무, 우울과 비애가 물결치고 있으며, 사라져가는 것들과 사라져갈 것들에 대한 연민이 지속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 실존의 슬픔과 아픔너머 존재의 초월과 극복을 꿈꾸는 시인의 애달픈 희망과 절망이 아로새겨져 있다”라고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