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스물여덟 글자 가운데 네 글자를 잃어버렸을까?
사라진 4글자를 복원하면 외국어 발음의 표현이 훨씬 쉬워진다
한글의 창조성과 K-POP에 이어 세계로 확장하는 한글을 읽는다
K-POP이 세계인의 음악이 되고, K-드라마와 K-푸드가 세계인의 일상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은 무엇일까. 한글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한글은 처음부터 지금의 스물네 글자였을까? 세종이 창제한 훈민정음은 원래 스물여덟 글자였다. 그 가운데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네 글자, ‘ㆍ(아래아), ㅿ(반치음), ㆁ(옛이응), ㆆ(여린히읗)’이 있었다. 이 책은 잊힌 네 글자의 탄생과 소멸을 따라가면서 훈민정음이 처음 품었던 창조성과 확장성, 그리고 앞으로 한글이 세계의 언어로 나아갈 가능성을 탐색한다.
우리는 한글을 완성된 문자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한글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한글은 처음부터 변화하고 확장되는 문자였다. 세종은 백성이 자신의 말을 자신의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문자를 만들었다. 사람의 입과 혀, 이와 목구멍을 관찰해 자음의 원리를 만들고, 하늘·땅·사람을 바탕으로 모음을 설계했다. 비슷한 소리는 비슷한 글자 모양으로 나타내고, 기본 글자에 획을 더해 새로운 소리를 표현했다. 한글은 단순히 외우기 쉬운 글자가 아니라 소리를 분석하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문자화한 놀라운 창조물이었다.
그런데 58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말의 소리가 변했고 문자사용 방식도 달라졌다. 그 과정에서 네 글자가 일상적인 문자 생활에서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 네 글자는 실패한 글자였을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사라진 것은 글자의 가치가 아니라 그 글자가 담당하던 소리와 쓰임이었다. 네 글자의 소멸은 오히려 한글이 살아 있는 문자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대에 따라 말이 변하면 문자도 변하고, 새로운 소리가 필요하면 문자 역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네 글자를 되살리자’는 주장은 옛날 맞춤법으로 돌아가자는 뜻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아래아와 반치음, 옛이응, 여린히읗을 다시 배워야 한다는 주장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글자들을 기억하고 이해하며, 그 속에 담긴 한글의 원리를 오늘의 시대에 다시 활용하자는 것이다. 특히 세계의 다양한 언어와 소리를 만나는 시대에 한글의 확장성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어는 더 이상 한국 안에서만 사용되는 언어가 아니다. K-POP을 통해 한국어 가사를 접하는 세계인이 늘고 있고, 한국 드라마와 영화, 음식과 브랜드를 통해 한글을 만나는 사람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세계인이 한국어를 읽고 한글을 쓰는 장면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K-POP이 음악의 장벽을 넘어 세계로 뻗어갔다면, 한글 역시 문화의 확산과 함께 세계로 나아갈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글을 단순히 ‘한국인이 사용하는 문자’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다양한 언어와 소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문자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K-팝 다음은 한글이다』는 과거의 네 글자를 이야기하면서 오히려 한글의 미래를 묻는다. 24자만으로 충분한가? 새로운 소리가 등장하면 한글은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세종이 오늘날 새로운 언어와 소리를 만난다면 어떻게 했을까? 책은 이러한 질문을 통해 훈민정음의 진정한 위대함이 글자 스물여덟 개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새로운 소리를 분석하고 새로운 표현 방법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조적 정신에 있다고 말한다.
2026년은 훈민정음 반포 580이자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다. 580년 전 세종이 백성을 위해 새로운 문자를 만들었다면 이제 우리는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 한글의 새로운 가능성을 생각해야 할 때다. 잊힌 네 글자를 다시 바라보는 작은 질문에서 시작해 한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 책이다. K-POP 다음은 한글이다. 한글은 아직 끝난 문자가 아니라, 세계를 향해 다시 확장될 수 있는 살아 있는 문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