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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상상의 장소
글쓴이
김수진 저
출판사
도미노프레스
출판일
2026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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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미지

김수진

2016년부터 서점 ‘어쩌다 책방’과 ‘어쩌다 산책’을 운영하고 있다.
책을 하나의 공간으로 구현하는 것에 관해 생각하며 지낸다.

책 소개

분야에세이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흔들리며 나아가는 오늘의 내가 어제와 내일의 나를 가만히 안아줄 수 있을 것만 같다.” ? 이제니 · 시인

“서점에서 글을 옮기고 집에서는 가구를 옮기는 사람. 김수진에게 왜 무언가를 자꾸만 옮기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도 두서없이 먼 곳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 한승재 · 푸하하하프렌즈 소장

“방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방을 움직이는 것.”
‘어쩌다 책방’ ? 책장을 넘기고, 모퉁이를 돌고, 새로운 장면을 만나는 곳
열두 가지 장소, 우연과 상상으로 다시 짓는 한 사람의 삶

『우연과 상상의 장소』는 서울의 서점 ‘어쩌다 책방’을 10년간 운영해온 김수진이 자신이 거쳐온 열두 가지 공간을 따라 삶의 서로 다른 장면들을 펼쳐 보이는 책이다. 저자는 망원동의 작은 골목에서 시작해 연남동으로 자리를 옮긴 책방과 서울에서 거쳐 간 여덟 개의 방, 나고 자란 강릉과 가족의 기억, 우연히 길을 잃고 마주한 풍경과 사람들을 차례로 불러낸다. 그러나 그가 공간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장소의 형태나 풍경만이 아니다. 어떤 공간을 선택하고, 바꾸고, 떠나고, 다시 돌아보는 동안 한 사람의 삶이 어떤 형태로 구성되는지를 살핀다.

김수진에게 책과 공간은 서로를 비추는 존재다. 책의 표지를 여는 일은 문을 여는 몸짓과 닮았고, 목차는 길을 안내하는 지도와 닮았다. 문장을 따라 읽는 일은 걷는 행위와 같으며, 책장을 넘기거나 공간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장면이 나타난다. 이러한 사유는 그가 운영하는 책방의 공간에도 반영되어 있다. 1년 동안 약 150개의 도면을 그리며 새 책방을 구상한 끝에, 저자는 한눈에 전체가 드러나는 공간 대신 모퉁이를 돌 때마다 다른 장면과 마주하는 장소를 만들었다. 공간의 전체는 한 번에 주어지지 않고, 걷는 사람의 순서와 속도에 따라 조금씩 드러난다. 그러나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책방의 아름다운 풍경만이 아니다. 서점을 운영한다는 일은 취향과 애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매일 영업시간을 지키고, 책을 고르고, 서가를 옮기고, 손님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지난한 노동이 책방의 10년을 지탱해왔다. 저자는 이 반복적인 운영의 과정에서 공간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한다. 책방의 철학은 처음부터 완성된 기획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고 머무는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수정되고 형성되는 것이다.

저자의 오랜 별명인 ‘무빙룸(Movingroom)’은 이 책을 관통하는 중요한 열쇠다. 끊임없이 가구를 옮기고 방의 배치를 바꾸던 저자는 오랫동안 그 이름을 정착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는 말로 여겼다. 그러나 글을 쓰는 과정에서 ‘움직이는 방’이 아니라 ‘방을 움직이는 것’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움직임의 주체가 바뀌는 순간, 같은 단어는 전혀 다른 삶의 태도를 가리킨다. 공간을 바꾸는 일은 주어진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 조건에 새로운 형태를 부여하는 행위가 된다. 책방 운영의 기록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고향과 가족, 상실과 애정, 우연한 만남과 관계에 대한 내밀한 고백으로 확장된다. 저자는 자신이 머물렀던 장소들을 다시 통과하며 그곳에서 겪은 불안과 실패, 기쁨과 슬픔이 어떻게 지금의 자신을 이루었는지 살핀다.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날짜가 적힌 일상의 짧은 기록들은 열두 편의 산문 사이에 놓여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를 만든다.

『우연과 상상의 장소』에서 장소는 삶이 펼쳐지는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책을 읽는 일과 공간을 걷는 일, 장소를 만드는 일과 삶을 살아가는 일은 서로 다른 행위이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 ‘우연’은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사건과 만남을, ‘상상’은 그 안에서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에 형태를 부여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우연이 삶에 새로운 변수를 가져온다면, 상상은 그 변수들 사이에 이전과 다른 관계를 설정하는 일이다. 그렇게 책의 제목이기도 한 ‘우연과 상상의 장소’는 하나의 책방을 설명하는 말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로 확장된다. 때로는 길을 잃고, 예상하지 못한 사람을 만나고, 익숙한 방의 가구를 다시 옮기는 사소한 움직임 속에서 삶은 새로운 모양을 얻는다. 이 책은 그렇게 우연과 상상으로 지어지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한 사람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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