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해원의 시집 『울컥, 똬리』는 기억을 서사로 정리하기보다 감각으로 되살리는 특이함 또한 읽을 수 있다. 개인의 상처를 고백의 공간에 가두지 않고 여성의 노동과 몸, 공동체의 장례와 토속의 언어, 자연의 순환과 종교적 상상력으로 확장해 가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 때문인가 이 시집에서 빛은 어둠을 지우지 않고 어둠 또한 빛을 부정하지도 않는다. 둘은 서로의 내부에서 존재의 느낌을 심화시켜 간다. 그러므로 시집 『울컥, 똬리』에서 읽은 ‘울컥거림’은 감정의 파열 상태가 아니라 기억이 몸을 통과할 때 일어나는 현재적 진동이라 할 것이고 이럴 때 똬리는 그 진동을 견디는 삶의 낮고 둥근 형식으로 읽힌다. 시인은 그 같은 똬리 위에 물동이만이 아니라 어머니와 언니들의 생애, 죽은 이들의 이름, 상처 입은 몸들의 침묵, 그리고 아직 도래하지 않은 내일의 빛까지를 조심스레 올려놓고 서로를 받쳐 든 존재들의 묘사를 조용하고도 깊게 증언하는 것이다. - 김종(시인?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