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킬로미터 떨어진 각자의 방에서 새긴
함께하지 않기에 영원한 사랑, 그 눈부신 고독의 서사시
『아이 엠 러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영화화 확정
“나의 또 다른 꿈을 실현하려고 한다. 바로 톤델리의 『각자의 방』을 영화화하는 일이다.”
-루카 구아다니노, 『라 레푸블리카』 인터뷰 중에서
스물다섯 살에 발표한 데뷔작 『다른 방탕아들』로 돌풍을 일으키며 이탈리아 문학계의 ‘앙팡 테리블’로 불린 피에르 비토리오 톤델리. 그가 서른네 살의 나이에 발표한 마지막 소설 『각자의 방』은 이전 작품들에서의 거친 구어체와 파편화된 리듬을 버리고 정교하고 고전적인 문체로 회귀하여 세상에 내놓은 작품이다.
출간 당시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삶과 죽음이 투영된 절절한 고백이자, 1980년대 이탈리아 문학의 지형도를 바꾼 거대한 사건이었다. 평단은 이 소설의 급격한 변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누군가는 ‘장르 소설로의 퇴보’라며 날 선 혹평을 퍼부었고, 누군가는 ‘페트라르카적 숭고함의 부활’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특히 당시 가장 영향력 있는 비평가 중 한 명이었던 안젤로 굴리엘미는 이 책을 ‘보잘것없는 작가의 평범한 작품’이라 폄하했으나, 작가 사후 10주기에 열린 학술대회에서 자신의 오독을 인정하며 과거의 혹평을 공식적으로 번복했는데, 이 일화는 문학사에서 『각자의 방』이 지닌 진실한 힘을 증명하는 전설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한편 이 책에 수록된 〈보너스 트랙〉은 2017년 봄피아니에서 펴낸 이탈리아 증보판의 편집자 풀비오 판체리가 엮은 부록으로, 첫 출간 당시 톤델리가 담당 편집자들과 주고받은 서한 및 쪽지, 언론 대담 내용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 내밀한 기록은 한 예술가의 진솔한 고뇌와 철학을 담고 있어, 그 자체로도 커다란 가치를 지닌다.
어느 날, 그렇게 오래전은 아니었는데, 파리와 뮌헨을 연결하는 작은 비행기에서 그는 불현듯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본문 중에서
1980년대 후반,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작가로서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레오. 그는 기내 창문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서 청춘의 화려한 소음이 잦아든 후 찾아온 내면의 황량함을 발견한다. 몇 년 전, 사랑하는 연인 토마스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레오에게 남겨진 것은 견딜 수 없는 부재의 공허함뿐이다.
레오와 토마스의 사랑은 각별하고 독특했다. 원할 때면 언제든 만나지만 각자의 고독 속으로 물러서 머물 수도 있었다.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만나 함께 휴가를 보내지만,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진 서로 다른 방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두 사람은 서로를 미칠 듯이 갈망하면서도 결코 한 공간에서 일상을 공유하지 않는 ‘각자의 방’이라는 독특한 관계를 고집해 왔다. 하지만 토마스가 새로운 여인 수잔을 만나 또 다른 행복과 미래를 꿈꾸기 시작하면서, 레오는 그녀에게 깊은 질투를 느낀다. 결국 이 기묘한 삼각관계는 각자에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만족감과 원망이 뒤섞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던 중 뮌헨에 머물던 토마스가 죽음에 이르는 병을 선고받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