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7년 이후 세계 곳곳에서 보고되기 시작한 UFO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공포를 동시에 자극했다. 누군가는 외계에서 온 비행물체라고 믿었고, 누군가는 착각이나 환영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융의 관심은 UFO의 실재 여부를 밝히는 데 있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무엇을 목격했다고 믿으며, 왜 그것에 열광하고,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주목했다. 특히 UFO가 흔히 원반이나 구체처럼 둥근 형태로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한 융은 이를 인간 정신의 전체성을 상징하는 ‘만다라’와 연결한다. 고대의 신화와 종교에서 발견되는 상징이 현대인의 꿈과 환상, 그리고 하늘에 나타난 미확인 비행물체의 모습으로 되살아난 것은 아닐까? 융은 UFO를 둘러싼 풍문과 꿈, 그림을 분석하며 그 이면에 자리한 무의식의 세계를 탐색한다.
1958년 처음 출간된 『현대의 신화』는 UFO의 정체를 밝히거나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융은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물체인지 아닌지를 단정하지 않은 채, UFO라는 현상이 현대인에게 갖는 심리학적 의미를 묻는다. 그에게 신화는 과학이 발달하면 사라지는 낡은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무의식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상징적 표현이다. 그렇다면 신과 신화가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오늘날에도 인간은 여전히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반세기도 더 전에 던져진 융의 질문은 첨단 과학기술과 정보가 넘쳐나는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믿으며, 그 믿음을 통해 어떤 신화를 만들어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