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물이라는 말을 들으면 대개 악취나 쓰레기 더미부터 떠올리게 됩니다. 그러나 이 책을 펼친 여러분에게는 조금 다르게 보이기를 바랍니다. 버려진 음식물은 미생물을 만나 바이오가스가 되고,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은 열을 받아 다시 기름으로 돌아가며, 태울 수밖에 없는 폐기물도 도시를 데우는 열이 됩니다. 이 모든 변화의 밑바탕에는 화학이 있습니다. 이 책은 폐기물을 ‘아직 쓸모를 찾지 못한 자원’으로 바라보는 눈을 기르는 데서 출발합니다.
지금 이 분야는 큰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시작되고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과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이 시행되면서, 폐기물을 태우고 삭히고 되살리는 기술과 그 기술을 다룰 사람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처리 시설의 설계와 운전, 환경 컨설팅과 인허가, 공공 부문의 정책 업무, 폐자원을 에너지와 원료로 바꾸는 순환경제 산업까지 관련 분야는 매우 넓으며, 곳곳에서 전문성과 새로운 시각을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막연한 전망이 아니라, 이미 법과 시장이 움직이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변화는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의 문명 활동이 멈추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수많은 문제가 제기될 것이며, 그에 대응하는 기술과 제도 역시 꾸준히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이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발열량을 구하고, 산소요구량을 따지고, 메테인 수율을 계산하는 과정이 처음에는 낯설고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계산 하나하나가 현장에서는 소각로의 크기가 되고, 소화조의 용량이 되고, 굴뚝으로 나가는 오염물질의 양이 됩니다. 숫자 뒤에 있는 실제 시설과 사람을 떠올리며 공부한다면, 계산은 지루한 연습이 아니라 설계의 언어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래서 한 가지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예제는 눈으로만 읽지 말고 직접 손으로 풀어 보고, 단원 끝의 문제는 해설을 보기 전에 스스로 끝까지 붙잡아 보기 바랍니다. 틀린 문제에서 배우는 것이 맞힌 문제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많습니다. 모르는 것이 생기면 주저하지 말고 질문하십시오. 좋은 질문은 좋은 엔지니어의 첫걸음입니다.
좋은 책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한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양해를 구하며, 추후 수정사항 등은 자유아카데미 홈페이지(www.freeaca.com) 자료실에 제공할 예정이니 참고하기 바랍니다.
이 책을 덮을 즈음, 쓰레기통 앞에서 잠시 멈춰 ‘이것은 어디로 가서 무엇이 될까’를 떠올리게 된다면 저자로서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이 책과 함께하는 여러분의 배움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작은 힘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2026년 9월
정윤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