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날의 광은 그저 물건을 넣어두는 곳이었습니다.
곶감, 고무신, 못 통, 성냥갑, 반합, 쌀독, 오래된 이불과 자루들.
그때는 물건만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보니 그 곁에는 늘 사람이 있었습니다.
연탄을 쌓던 아버지의 손, 쌀 한 톨까지 모으던 어머니의 손끝, 말없이 곶감 줄을 낮춰주던 할머니, 떠나는 자식의 짐에 양말 한 켤레를 더 넣던 마음.
《광》은 오래된 물건 하나를 따라가며 그 시절 가족의 생활과 마음을 다시 꺼내보는 시화집입니다.
46 편의 시와 따뜻한 삽화 속에는 가난했지만 서로를 살피며 살아가던 집의 냄새와 소리, 계절과 손길이 담겨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오래전 우리 집의 풍경으로,
누군가에게는 잊고 지낸 사람의 얼굴로 남기를 바랍니다.
물건 너머, 오래 남아 있던 사람의 마음을 다시 만나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