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통증과 움직임은 세심하게 살피면서도, 정작 자신의 피로가 가족에게 어떤 표정과 말투로 전달되는지는 충분히 알아차리지 못했던 한 의사가 있다.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던 개원 초기, 묵묵히 가정의 짐을 감당한 아내,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두 아들, 말보다 손으로 사랑을 가르쳐 준 아버지. 그는 아버지학교와 신앙의 여정을 지나며 좋은 아버지란 가족을 완벽하게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잘못된 방향을 깨달을 때 다시 돌아오는 사람임을 배운다.
《손을 놓지 않는 아버지》는 성공한 아버지의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다. 한 아버지가 자신의 몸과 표정에서 출발해 부모, 아내, 자녀, 손주에게로 시선을 넓혀 가는 가족·신앙 에세이다. 피로가 가정의 공기가 되는 순간, 해결책보다 경청이 필요한 이유, 부모에게 받은 유산 중 이어 갈 것과 멈출 것, 자녀의 성취보다 존재를 알아보는 연습, 아내와 같은 편이 되는 길, 회개를 오늘의 행동으로 옮기는 과정을 5부 12장에 담았다.
이 책이 말하는 ‘손을 놓지 않는다’는 것은 자녀를 계속 붙잡거나 대신 결정한다는 뜻이 아니다. 배울 때 붙들어 주고, 스스로 걸을 때 놓아 주며, 넘어졌을 때 다시 내밀 손을 준비하는 것이다. 가족의 반응이 곧바로 달라지지 않더라도 사랑을 거두지 않고 오늘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다.
완벽한 아버지가 되지 못했다는 자책에 머물러 있는 사람, 가족을 사랑하지만 표현하는 법이 서툰 사람, 자신의 아버지를 이해하고 다음 세대에는 더 나은 사랑을 남기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조용하지만 구체적인 출발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