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1년 대한민국, 사람은 더 이상 모두 같은 인간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사회는 노블, 라블, 페이커로 나뉘고, 돈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몸까지 자산으로 내놓아야 한다. 신장과 간, 각막에는 가격이 붙고, 부유한 노블은 더 오래 살기 위해 가난한 사람의 장기를 산다.
그런 시대에 등장한 것이 가상현실 생존 게임 ‘버추얼 에덴’이다.
참가비는 1억 원, 돈이 없다면 장기를 담보로 내놓을 수도 있다.
그리고 게임에서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는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버추얼 에덴에 들어간다. 현실에서 아무리 살아도 계급을 바꿀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 게임은 거의 유일한 역전의 가능성이기 때문이다.
윤상욱은 33세의 라블이다. 한때 자유와 평등을 믿으며 거리에서 싸웠지만, 반복되는 패배 속에서 모든 것을 포기했다. 노블을 상대하는 카페에서 감정 노동을 하며 1억 원을 모은 그는 마침내 자신의 장기를 담보로 잡히지 않고 버추얼 에덴에 들어간다.
게임 안에서 그는 ‘카치’라는 새로운 이름을 선택한다.
버추얼 에덴은 모든 참가자가 레벨 1에서 시작한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이 평등은 처음부터 거짓말이다.
현실에서 돈이 많았던 사람은 더 좋은 장비를 사고, 장기를 담보로 건 사람은 더 많은 초기 골드를 얻는다. 현실의 계급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다른 숫자와 장비로 번역되어 게임 안으로 따라온다.
카치는 그곳에서 기억을 잃은 소년 서전트를 만난다. 자신의 진짜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서전트는 이상할 정도로 뛰어난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다.
카치는 처음에는 그 힘을 이용하려 한다. 그러나 서전트는 카치가 이미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질문을 끊임없이 되돌려준다.
죽어가는 사람을 왜 그냥 지나쳐야 하는가.
모두를 구할 수 없다고 해서 아무도 구하지 않아도 되는가.
살아남기 위해 사람이 사람을 버려야만 하는가.
한편 노블 출신 정치인 우베는 참가자들을 모아 레지스탕스를 조직한다.
비를 피할 천막을 제공하고, 식량을 나누고, 경계조를 만들고, 분쟁을 해결한다.
사람들은 그녀를 ‘메시아’라고 부르기 시작한다.
중요한 건 우베가 단순한 악인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녀는 실제로 사람을 살린다. 유능하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많은 권한을 그녀에게 넘기고 싶어 한다.
불을 관리하기 위해 규칙이 생긴다.
식량을 나누기 위해 배급 기준이 생긴다.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조정 절차가 만들어진다.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경계조가 만들어진다.
대표가 생기고, 투표가 생기고, 참모가 생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참가자는 모두 깨닫는다.
자신들은 단순히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국가를 만들고 있었다.
《버추얼 에덴, 우리가 만든 천국의 법》은 가상현실 게임을 무대로 한 생존 판타지이면서 동시에 정치소설이다.
모두가 살아남을 수 없는 세계에서 인간은 어떤 법을 만드는가.
자유와 안전 가운데 무엇을 선택하는가.
다수결은 언제 정의가 되고 언제 폭력이 되는가.
좋은 지도자는 어디까지 권력을 가져도 되는가.
사람들은 왜 스스로 메시아를 만들고, 왜 다른 메시아를 적으로 만드는가.
그리고 현실의 불평등에서 도망쳐 온 사람들은 과연 새로운 세계에서 다른 사회를 만들 수 있는가.
이 작품에서 버추얼 에덴은 천국이 아니다.
천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빈 공간이다.
이 안에 어떤 법을 만들고, 어떤 권력을 세우며, 누구를 사람으로 인정할 것인지는 참가자들이 결정해야 한다.
결국 이 소설이 묻는 건 단 하나다.
"모두가 살아남을 수 없는 게임에서도 인간은 끝까지 사람답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
《버추얼 에덴, 우리가 만든 천국의 법》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천국으로 들어간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