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종교란 이론이 아니라 마치 연정 같은 사랑,
성 프란치스코 선종 800주년을 맞아 출간되는 G. K. 체스터턴의 전기문학 걸작
그리스도교 역사에서 가장 사랑받는 성인, 프란치스코. 청빈과 수도의 상징이며, 프란치스코회의 설립자이자,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 이름을 따오기까지 한 인물이다. 그는 눈밭을 뒹굴고, 스스로 굶고, 끝내 두 손의 못 자국 등 오상(五傷. 성흔)을 받은 고난으로 신앙을 증언한다. 그의 일면에는 이렇게 거칠고 아픈 면모가 강렬하지만, 그 반대 면에서는 마치 동화 같은 신비와 따뜻함이 감돌고 있다. 그가 새들에게 설교하고, 늑대와 화해하며, 해와 달을 형제자매라 부르는 장면은 서구 대중 독자들은 물론, 국내 천주교인들에게도 무척 친숙하다.
통념을 뒤집는 문장으로 ‘역설의 왕자’라 불렸으며, ‘브라운 신부’ 시리즈로 한 세기 넘게 대중적 인기를 이어가는 문필가 G. K. 체스터턴은 젊은 날 회의주의자였다. 나이가 들어 회심한 그는 1922년 가톨릭에 입교했고, 이듬해 이 책을 썼다. 체스터턴은 이 책을 신자를 위한 신심서라기보다, 한때의 자신처럼 성인을 흠모하면서도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이들을 향해 건네는 안내서로 취급한다. 작가에 따르면, 이것은 ‘공감하지만 회의적인’ 현대인을 위한 소묘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함께 번역 출간되는 체스터턴의 『성 토마스 아퀴나스』와 짝을 이룬다. 체스터턴은 두 성인을 두고 ‘하나는 거리에서, 다른 하나는 서재에서 같은 일을 했다’고 썼다. 체스터턴에게 그리스도교는 신비와 이성을 함께 품은 종교였고, 두 성인은 그 지향이 땅을 떠나 관념 속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붙들었다. 두 권을 나란히 읽으면, 800년 전 어느 한 믿음이 세상의 격변과 도전 속에서 어떻게 세상을 다시 사랑하게 되었는지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