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어떤 주장까지 지지되는가?
원전 명제·근거·후속 수정의 연결을 확인하기를 제안하는 독립 해설서다.
다윈이 인간도 다른 동물과 공통의 조상을 갖는다고 설명했다는 사실을 알고 이 책을 펴면 뜻밖의 곤란을 만난다. 인간을 자연의 바깥에 놓지 않는 대담한 논증 바로 옆에서, 인간 집단을 문명의 높낮이로 줄 세우거나 남성과 여성의 능력을 서열화하는 문장이 나온다. 앞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뒤의 판단까지 함께 받아들여야 하는가. 뒤의 판단이 부당하다면 앞의 논증도 모두 무너지는가. 고전을 칭송하거나 단죄하는 두 가지 빠른 반응 사이에서, 정작 한 문장이 어떤 자료에 기대고 있는지를 놓치기 쉽다.
주장마다 근거가 달라지는 지점을 찾아보자. 사람의 팔과 다른 포유류의 앞다리가 뼈의 배치에서 대응한다는 관찰, 어떤 새의 수컷이 깃털을 펼쳐 보인다는 보고, 당대 유명인 가운데 남성이 많다는 진술은 서로 같은 종류의 자료가 아니다. 첫째는 구조를 비교하고, 둘째는 행동의 기능을 추정하며, 셋째는 특정 사회가 남겨 놓은 성취 기록을 이용한다. 그런데 이 셋을 모두 '진화의 증거'라는 한 봉투에 넣으면 관찰에서 결론으로 건너가는 거리가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의 기준본은 찰스 다윈의 1871년 런던 존 머리 출판 초판 두 권이다. 영어 제목은
The Descent of Man, and Selection in Relation to Sex이며,
Darwin Online의 F937.1과 F937.2 전사문을 사용한다. 본문에 적는 권·장·쪽수는 이 초판의 인쇄 쪽수다. 뒤의 판본이나 한국어 번역본의 쪽수와 같다고 가정하지 않는다. 원전 내용을 우리말로 옮긴 부분은 이 책을 위한 짧은 자체 번역 또는 해설이다. 현대 번역의 표현을 가져와 다윈의 말인 것처럼 재현하지 않는다. 이 책의 열 장은 원전의 목차를 그대로 축약한 것이 아니라, 논증을 점검하기 위해 새로 구성한 읽기의 순서다.
다윈은 서론에서 자신이 묻는 것을 셋으로 나눈다. 인간이 앞선 생물 형태의 후손인지, 어떤 과정을 거쳐 발달했는지, 당시 '인종'이라 불리던 차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다. 첫 질문의 답이 둘째와 셋째의 모든 세부를 자동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공통 조상이 있다는 주장과 어떤 형질이 성선택으로 생겼다는 주장은 검증해야 할 대상부터 다르다. 오늘의 독자는 이 분리를 통해 원전의 힘과 약점을 동시에 읽을 수 있다. 공통 조상을 지지하는 증거가 더 단단해졌다고 해서 다윈이 제시한 모든 형질의 유래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원전의 낡은 용어는 특히 조심해서 다룬다. '고등'과 '하등', '문명'과 '야만'은 다윈의 서술에 실제로 들어 있는 역사적 분류다. 이 책이 사람의 가치나 살아 있는 집단의 진화 단계를 분류하는 말로 채택하지 않는다. 필요할 때 그 말이 어떤 추론을 가능하게 했는지 설명하되, 모욕적인 집단 명칭을 계속 되풀이하는 방식으로 현장감을 만들지 않는다. 오류를 밝혀내려면 불편한 문장을 삭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가 관찰했고 무엇을 비교했으며 무엇을 당연한 출발점으로 삼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후속 연구도 만능의 판결문으로 다루지 않는다. 유전체 비교는 염기서열의 차이를 조사하고, 짝 선택 실험은 특정 조건에서 번식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조사한다. 사람과 침팬지에게 도움 행동이 관찰되었다는 연구는 그 과제에서의 행동을 알려 준다. 그것만으로 양심의 모든 구성요소가 같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논문 제목의 강한 문장보다 연구의 대상, 측정한 값, 비교 조건, 남은 한계를 먼저 적는 까닭이다.
읽기가 끝나면 독자는 '원전 명제·근거·후속 수정 대조표'를 갖게 된다. 명제 옆에는 원전 위치, 근거의 종류, 이 책의 해석, 후속 연구가 바꾼 부분, 아직 말할 수 없는 부분을 놓는다. 표의 빈칸은 자료가 뒷받침하지 않는 결론을 유보한 자리다. 먼저 다윈이 어떤 문제를 풀려고 자료를 모았는지 살펴보자. 무엇을 설명해야 했는지 알아야, 그가 설명했다고 생각한 것과 실제로 설명한 것의 간격을 읽을 수 있다.
원전의 명제 - 공통 조상, 형질의 유래, 당대 사회의 가치판단을 한 종류의 주장으로 묶지 않습니다.
증거의 종류 - 형태 비교와 행동 관찰, 사회의 성취 기록이 무엇을 설명하는지 나눕니다.
후속 수정 - 유전체 비교와 짝 선택 연구의 대상·측정·한계를 원전 명제와 대조합니다.
과학 고전을 찬양이나 단죄로 끝내지 않고 읽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은 감상을 근거와 연결할 출발점을 제공한다. 해설의 질문을 자신의 원전 독서와 나란히 놓고, 같은 문장에서 다른 판단이 나온 이유를 비교할 수 있다. 작품이나 사상의 모든 의미를 하나의 답으로 확정하기보다, 설명할 수 있는 부분과 더 읽어야 할 부분을 함께 남기는 방식이다.
읽기의 흐름
제1장. 저술 당시의 문제와 자료
제2장. 인간의 연속성을 말하는 논증
제3장. 형질과 변이의 설명
제4장. 성선택의 기본 구분
제5장. 경쟁과 선택의 근거
제6장. 인간 사회에 적용한 주장
제7장. 당대 편견과 자료의 한계
제8장. 후속 연구가 바꾼 설명
제9장. 남아 있는 논쟁의 경계
제10장. 원전과 현재를 나누는 설명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의 출발점은 인간과 동물의 닮은 모습을 처음 발견하는 데 있지 않다. 다윈은 이미 알려진 유사성이 어떤 역사를 가리키는지 묻는다. 제1권 서론 1~5쪽에서 그는 인간의 기원에 관한 메모를 오래 모았지만 자신의 견해에 대한 편견을 더할까 봐 출판을 피했다고 적는다. 그러면서 이 책에는 인간에 관한 독창적인 새 사실이 거의 없다고 밝힌다. 자료가 적다는 자백으로만 읽기보다는, 기존 자료를 묶는 설명의 구조가 자신의 기여라고 밝히는 문장으로 읽어야 한다. 서로 다른 관찰이 하나의 계보 가설 아래에서 얼마나 잘 연결되는지가 책의 승부처다.
서론 2쪽은 그 연결 방식에 대한 안내다. 하나의 종만 주목하면 생물 전체의 분류, 과거와 현재의 지리적 분포, 지질시대의 계승이 제공하는 넓은 증거를 직접 모두 사용할 수 없다고 한다. 대신 상동 구조, 배아 발달, 흔적 기관이라는 세 묶음을 앞에 세운다. 이 구분은 첫 장의 배열로 이어진다. 인간의 신체를 특별히 따로 만든 결과로 볼 것인지, 이전 형태가 변형된 결과로 볼 것인지 비교할 때 어느 쪽이 이 세 묶음을 함께 설명하는지 묻는 것이다. 닮은 점 하나를 보여 주고 곧바로 결론을 확정하는 논법보다 구조가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