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못한 감정은 어디에 남는가.
몸이 먼저 기억한 마음의 흔적을 따라가는 시집.
복사뼈, 굳은살, 척추, 숨, 심장.
몸은 잊었다고 믿은 것들을 오래 기억한다.
《나를 시로 연장한다》는 몸 곳곳에 남아 있는 감정의 흔적을 따라간다. 이 시집에서 슬픔은 체끼가 되고, 기억은 뼈와 살에 새겨지며, 삼키지 못한 말은 장기와 숨, 통증의 형태를 얻는다. 추상적인 마음은 신체의 구체적인 감각으로 변하고, 독자는 그 감각을 따라가며 자신의 몸이 오래 기억해 온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1부 「내 몸이 먼저 알고 있었다」는 기억보다 먼저 반응하는 몸에서 출발한다. 자국과 굳은살, 복숭아뼈와 뼈, 잠들지 못하는 눈과 오래된 습관 속에서 지나간 시간이 다시 말을 건다.
2부 「삼키지 못한 말들의 모양」에서는 말하지 못한 것이 더욱 선명한 육체를 얻는다. 등에 얹힌 무게, 가슴속 돌덩이, 토악질과 장기, 피와 통증을 지나며 감정은 몸 안에서 하나의 생처럼 움직인다. 끝내 토해내지 못한 것들까지 마주한 자리에서 새로운 박동이 시작된다.
3부 「음표 사이에 내가 있었다」에서는 몸의 감각이 음악과 만난다. 활과 현, 음표와 쉼표, 무대의 긴장과 연주의 호흡 속에서 시인은 완벽한 소리 너머 자신의 소리를 발견한다. 오랜 시간 바이올린을 연주해 온 감각은 음악을 소재에 머물게 하지 않고, 감정을 받아들이고 전하는 또 하나의 언어로 만든다.
4부 「내게서 태어나 네게로 간다」에서는 그렇게 얻은 언어가 바깥으로 향한다. 고통을 시로 토해내고, 다시 발아하고, 살아 있는 호흡을 받아들이며, 마침내 자신의 안에서 태어난 것이 다른 존재에게 닿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