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에는 끝이 있어도, 그 일을 겪은 사람에게는 다음 날이 온다.
“제가 이상한 건가요?”
노무사의 상담실에서 자주 들리는 질문이다. 공인노무사 정민혁은 이 질문 앞에서 서둘러 답을 정하지 않는다. 그 일이 무엇이었는지, 그 사람이 무엇을 바로잡고 싶었는지를 먼저 묻는다. 일터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스스로를 의심해본 적이 있다면, 이 책의 제목이 그 물음에 대한 첫 대답이 되어줄 것이다.
판정서와 조사 결과에는 결론이 적힌다. 해고가 부당했는지, 어떤 행동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 회사가 얼마를 지급해야 하는지.
그런데 결론이 나와도 질문은 남는다.
그날 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을까.이미 회사를 떠났는데 왜 아직 사과를 기다릴까.이겼는데도 왜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계속 떠오를까.
상대에게 끝내 묻지 못한 말도 있다. 왜 그렇게 말했는지, 왜 내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했는지.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꺼내지 못한 이야기도 있다.
그는 노동 사건을 맡으며 상담실에서 많은 사람을 만났다. 사실을 확인하고 법적인 결론을 찾아가는 동안, 판정서에 적히지 않는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오래 남는지 알게 되었다. 괴롭힘으로 인정되기 어렵다는 설명과 “그래도 많이 힘드셨겠네요”라는 말을 함께 건넸고, 더 받을 수 있는 돈 대신 해고가 부당했음을 인정하는 한 문장을 택한 사람의 결정을 곁에서 지켜보았다.
《당신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는 그 만남에서 시작한 48편의 이야기를 5부로 엮은 책이다. 자기 이야기를 되찾고, 서로 다른 기억을 맞춰보고, 어떤 끝을 원하는지 스스로 찾아가는 사람들을 따라간다. 그리고 그 곁에 선 사람이 어디까지 함께하고 언제 물러서야 하는지를 묻는다.
사건에는 끝이 있어도, 그 일을 겪은 사람에게는 다음 날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