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를 구하는 사람은 부처를 잃고, 도를 구하는 사람은 도를 잃는다”
845년, 당나라 황제의 칙령으로 절 수천 곳이 헐렸습니다. 사람들이 엎드려 빌던 구리 불상은 녹아서 동전이 되고 호미가 되었습니다. 형상이 쇳물로 돌아갔을 때, 그 앞에서 빌던 마음은 어디로 갔을까요. 임제 의현은 바로 그 폐허의 시대를 지나온 선승이었습니다.
『밖에서 구원을 찾는 자의 내면은 영원히 병들어 있다』는 〈내면혁명〉 시리즈의 세 번째 권으로, 『임제록』에 전하는 임제의 말과 행적을 오늘의 삶으로 옮겨 읽는 인문서입니다. 살불살조, 무위진인, 수처작주 같은 임제의 핵심 문장을 다섯 개의 장에 나누어 따라갑니다.
이 책은 위로하는 책이 아닙니다. 멘토와 조언과 위로가 어떻게 판단의 자리를 비우게 하는지, 이력과 이름표와 타인의 시선이 어떻게 사람을 가두는지를 하나씩 짚습니다. 황벽에게 세 번 묻고 세 번 맞은 젊은 승려, 스승에게 손을 들어 인정받은 제자, 변방 강가의 작은 절에 말뚝을 박은 사람의 장면이 그 근거가 됩니다.
임제가 베라고 한 것은 부처가 아니라 부처라는 이름에 기대어 자기 눈으로 보기를 미루는 마음이었습니다. 책은 독자에게 새로 기댈 곳을 건네지 않고, 지금 무엇에 기대고 있는지 적어 보게 합니다. 회의가 끝난 뒤 상사의 표정을 몇 번이고 되짚던 마음, 잠들기 전 저장해 둔 문장을 꺼내 보던 손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기댈 것이 떠난 자리가 비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 책 역시 내려놓아도 좋습니다. 마지막 장을 덮은 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무엇이 남는지, 이 책이 독자에게 묻는 것은 그것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