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퀴엠』은 ‘혁명기 러시아 여성시인 선집’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4명의 여성시인의 시편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마지막의 아흐마둘리나를 제외하면 모두 러시아혁명기를 관통한 시인들이다. 앞의 마야꼬프스끼가 표상하듯 혁명은 비상하는 정신과 사려깊은 영혼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 혁명과 자신의 삶을 동일시했던 마야꼬프스끼를 자살로 내몬 소비에트의 경직된 체제, 그 속에서 근원적으로 박탈된 존재인 여성이며 시인인 이들이 겪어야 했던 역사와 삶의 질곡이 고스란히 투영된 시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