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는 권력이다
김근 교수는 언어와 이데올로기, 특히 권력으로서의 문화에 천착하여 독보적인 연구를 진행해 왔다. 지은이는 전작 [한시의 비밀](소나무, 2008)에서 삶의 과잉과 권력의 대립적 관계에서 중국 고전시의 흐름을 톺아보았는데, 권력이 시를 왜곡한 최초의 원형인 [시경]과 초사에 초점을 맞추었다. [한시의 비밀]에 연이은 이 책 [유령의 노래를 들어라]에서는 한대(漢代)의 문학 작품을 다루었다.
한대는 중국의 골격이 갖춰진 시기로서, 이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 작품들은 한부(漢賦)와 악부시(樂府詩)에 집중돼 있다. 상징계를 구성하는 문학적 텍스트를 규범 안의 정전과 규범 밖의 외설로 구분하자면, 한부는 전자에 속하고 악부시는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문학사에서는 전자를 이른바 사대부 문학(또는 정통문학)으로, 후자를 민중문학(또는 속문학)으로 각각 정의?분류한다. 따라서 같은 시대에 만들어진 이 두 가지 작품들을 함께 읽는다면, 전자로부터는 당시에 제도권이 기획했던 사회적 이상과 그에 적합한 주체를 알 수 있고, 후자로부터는 제도의 보호가 별로 없이 실재계나 거의 다름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잉여주체들의 고뇌와 공포를 느껴 볼 수가 있다. 따라서 문학이 개성에 초점이 맞춰진 글쓰기라면 후자에서 오히려 더 많은 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오늘과는 동떨어진 옛날에 지어진 고전을 굳이 읽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오늘을 비춰 보기 위해서다. 내 모습을 보려면 거울에 비춰 봐야 하듯이 말이다. 이런 거울을 귀감(龜鑑)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다른 거울과 다른 점은 단순히 존재를 비춰 주고 마는 게 아니라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주체에게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우리는 자본주의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겉으로는 환상적인 세계를 누리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역사 발전의 초기 단계에서 노예에 가까운 민초들이 겪었던 고통을 반복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오늘날의 대중들이 이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점차 고통에 길들여지면서 그간 이루어 온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 간다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알기 위해서 귀감이 필요한데, 한대의 악부시만큼 좋은 거울은 없으리라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이 시를 통해서 오늘날 우리의 실정이 옛날 한나라 때와 별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앞으로 우리의 존엄은 되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