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의 맑은 눈이 모서리가 벗겨진 책등의 제목을
꼼꼼히 그리고 진지하게 훑는 것을 나는 바라본다.
그때의 난 이 방대한 책들의 마지막 장까지 모두 본 기분이 되곤 했다.
온우는 내가 읽은 책의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내가 앞으로 읽을 책의 주인공도 되겠지.
시인들이 사랑한 시어는 내게로 와서 그 애가 된다.
소설가들이 빽빽하게 적어 낸 활자는 내게로 와서 그 애가 된다.
“온우야.”
“응?”
“…….”
“승현아. 왜?”
“그냥. 예뻐서.”
이유 없는, 그러나 기분 좋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낡고 오래된 도서관은 어느새 하나의 방이 된다.
그 애만 있으면 그 어디든 그저 내게 하나의 방이 될 뿐이다.
네가 있는, 너로 가득한 방.
그 애가 발 딛고 선 자리마다 내가 사랑하는 곳이 된다.
나는 내가 이렇게 된 것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