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시대,
우리가 감각하는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고 또 달라질까?
화면을 스와이프하는 손끝부터
LLM 인공지능의 목소리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몸을 새로운 시선으로 보게 하는
기술과 신체의 문화사
‘바라보는 순간 끝나는 결제.’ 금융 앱 토스(Toss)는 안면 인식 결제 시스템인 ‘페이스페이’를 내놓으며 이렇게 장담했다. 앱이 얼굴을 인식하기만 해도 1초 만에 결제가 완료된다는 토스의 이 기술은 개인정보에 대한 불안을 부추길지언정, 비현실적으로 들리지는 않는다. 이미 우리는 지문, 눈동자, 얼굴, 목소리, 그리고 정맥의 모양을 데이터화해 현실의 ‘나’를 증명하는 경험을 숱하게 해왔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세상을 감각하고 소통하는 방식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 거대언어모델(LLM)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AI의 진부하고 생기 없는 말투를 손쉽게 구분해냈다. 그러나 오늘날 AI의 글을 구분해내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심지어 사람의 문장이 AI의 영향을 받아 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AI가 학습, 글쓰기 등 전방위적으로 사람의 작업을 대신하며 영향을 끼친 것이다. 초기에 손가락이 무수히 달린 사람을 그려내 비웃음을 사던 AI는 이제 상업 일러스트는 물론 진지한 예술 작업물, 유희를 위한 AI 슬롭 등 업계를 막론하고 압도적인 물량의 생성물을 쏟아내며 우리의 미적 감각 또한 변화시키고 있다. 기술이 이끄는 새로운 문법이 일상에 스며들고 있는 셈이다.
컴퓨터 과학자 마크 와이저는 “좋은 도구란 보이지 않는 도구다.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도구가 의식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뜻, 다시 말해 수행할 과제에 집중하느라 도구는 안중에서 사라진다는 뜻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는 아침에 눈을 뜨면 알람을 끄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을 밀고,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려 알림을 확인하며, 엄지손가락을 놀려 메시지에 답장을 보낸다. 이 과정은 잠깐의 멈칫거림도 없이 매끄럽게 진행되며, 그동안 스마트폰이라는 물리적 도구는 우리의 인식 밖으로 사라진다. 그러나 이것이 스마트폰과 AI의 등장 이후 새롭게 생겨난 현상은 아니다. 고대부터 인간은 언제나 기술에 둘러싸여 있었다. 새로운 기술은 늘 인간의 행동 양식부터 사회의 문법, 그리고 인간의 몸과 감각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꾸어왔다. 신간 『누르고 쓸고 두드리고 진화하다』는 이처럼 매끄럽고 눈에 띄지 않게 삶에 스며든 도구들이 어떻게 인간의 신체와 노동, 그리고 감각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왔는지 밝혀내고, 현재 인간의 몸은 어디에 와 있는지를 진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