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전제로 동거를 시작한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무언가 잘못된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결혼 전에 잠깐 동거했고, 지금은 결혼 5년 차예요’ 같은 압축된 문장으로만 들어왔던 일이, 막상 내 일이 되어보니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문제없이 알콩달콩 잘 살 것 같던 우리가, 어쩌면 파혼을 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혼을 하든, 결혼을 하든 이 과정을 기록해두기로 했습니다. 지난한 다툼과 혼란, 그리고 그 사이에 있었던 사랑을 ‘동거’라는 납작한 단어 하나에 넣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는 내가 선택한 첫 동거인과의 결혼을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숙려하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어릴 때 엄마가 읽어주던 동화의 마지막은 늘 ‘그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났습니다. 의심 없이 믿었던 이 문장이, 결혼에 막연한 로망을 가지게 하는 얼마나 불친절한 문장인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매일 생활하는 것은 생각보다 큰 안정감을 주지만, 사랑한다는 이유로 더 큰 실망감을 느끼기도 하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실망감은 막연한 배신감을 들게 하고, 남들과 우리를 비교하게 하고, 짙은 패배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내가 선택한 일이기에 못 살겠다고 마음껏 징징거릴 수도 없었고, 이런 선택을 한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했어요.
아마 이런 감정이 저만의 것은 아닐 것입니다. 결혼을 앞두고 혼자 속앓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이 평범한 기록이 조금이나마 공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모든 혼란 속에서도 사랑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 치열한 혼란과 사랑 속에서 저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